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빌딩 전경.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빌딩 전경.
KB금융그룹은 올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서 비은행 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우량 계열사를 잇따라 확보하면서 ‘리딩금융그룹’의 위상을 더해가고 있다. 계열사 간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그룹 전체의 시너지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알짜 보험사 푸르덴셜생명 인수

M&A로 비은행 부문 강화…KB금융 '리딩그룹' 자존심 지킨다
KB금융은 지난 4월 이사회를 열어 푸르덴셜생명 인수 및 자회사 편입 승인 안건을 결의하고 미국 푸르덴셜생명과 주식매매 계약을 맺었다. 인수 가격은 2조2650억원이다. 인수 후 거래 종료 시점까지 푸르덴셜생명의 지분가치 상승 예상금액인 750억원은 이자 형태로 추후 지급하기로 했다. 총 인수 가격은 2조3400억원이다.

KB금융은 뜨거웠던 인수전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를 제치고 푸르덴셜생명을 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악재 속에서 신뢰를 주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앞서 1월 예비입찰까지만 해도 매각 측은 3조원 정도의 가격을 원했다. 인수 후보도 몰려들었다. 본입찰을 앞두고 상황이 급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금리가 급격히 낮아졌다.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 우려도 급격히 커졌다.

이 때문에 매각 측은 마지막 입찰 과정을 마칠 때 본계약까지 마무리짓자는 조건을 내걸었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한 달여간 실사 후 본계약을 체결하는 통상의 거래와 달랐다. 대신 본입찰 이후 1개월여간 본실사 때 나갈 자료를 미리 내줬다.

KB금융은 빠르게 거래를 끝내겠다는 의사를 매각 측에 여러 번 전달하며 신뢰를 줬다. 본입찰 때도 다른 사모펀드(PEF)보다 1000억원가량을 덜 써냈지만 계약 완주 가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업계 얘기다. 국내 거래에서는 생소한 ‘거래 시점-가격 고정(locked-box)’ 방식의 계약도 도입했다. 거래 종료 시점과 가격을 미리 못 박아두는 형태다. 이 사이 가치 유출이 일어날 때만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KB금융 경영진과 이사회 간 협업도 인수 성공에 기여했다. ‘생보사 인수를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보험사 전 대표, 회계사, 법률가 출신 등이 포진한 이사회가 실무적인 조언도 곁들였다. 경영진에 권한을 위임하면서도 보험사 가치 평가와 가격 산정 등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냈다. 최종 입찰 가격도 이사회가 제시한 범위 내에서 결정됐다.

인수 가격도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푸르덴셜생명 100% 지분 인수 금액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0.78배 수준이다. 윤종규 회장은 인수에 앞선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우리보다 저금리를 먼저 겪은 유럽과 일본 등에서 보험업의 PBR이 은행업보다 높다”며 “어려운 환경일수록 좋은 회사를 갖고, 좋은 체질과 체력을 갖추면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잇단 M&A…그룹 시너지 키운다

M&A로 비은행 부문 강화…KB금융 '리딩그룹' 자존심 지킨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생명보험 부문을 보강할 길이 열렸다. 기존 생보 계열사인 KB생명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자산이 10조453억원으로 국내 24개 생보사 중 17위에 머물렀다. 푸르덴셜생명은 자산 21조794억원으로 업계 11위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자산 총액은 30조원을 웃돌고 순위는 9위로 뛰어오른다.

인수 후 건전성도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KB금융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은 14.5%로 다른 금융그룹 대비 높은 수준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오랜 기간 보험사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면밀히 준비하면서 타사 대비 높은 BIS 비율을 유지해왔다”며 “1분기 후순위채 발행과 향후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미리 세워둔 자금 조달 계획을 철저히 이행해 안정적인 BIS 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금융은 그동안 잇따라 우량한 금융 계열사를 M&A를 통해 확보해 왔다. 2014년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 2015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2016년 KB증권(옛 현대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를 인수하기 전 20%에 불과했던 그룹 내 비은행 순이익 비중은 2018년 30% 수준까지 올라갔다. 푸르덴셜생명까지 품은 만큼 비은행 부문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KB금융 측 기대다.

KB금융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비은행 강화가 금융그룹의 숙명이 됐다”며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보험 부문까지 대폭 강화한 만큼 비은행 부문을 적극적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강화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3조311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국내 금융그룹 중 2위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순이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1464억원이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