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난민 신청자, 중국 처음으로 앞질러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체류 허가를 받은 난민이 사상 처음으로 3천명을 돌파했다.

16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2019 통계연보'에 따르면 난민 집계를 시작한 1994년 이후 지난해까지 난민 인정과 인도적 체류허가 건수는 모두 3천373건으로 나타났다.

누적 난민 신청 건수도 6만4천357건으로, 25년 만에 5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난민, 사상 첫 3천명 넘었다
◇ 2019년에만 300여명…국내 체류 난민 증가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난민 인정자는 1천22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천명을 돌파했고, 같은 기간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2천217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총 3천239명의 난민이 한국에 머물게 됐다.

지난해의 경우 심사 대상에 오른 5천598명 가운데 79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고, 232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총 311명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게 됐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 인정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고문 등 비인도적인 처우로 생명이나 자유 등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근거가 있는 이에게 내려진다.

그러나 난민 인정 비율과 인도적 체류 허가 비율을 더한 '난민 보호율'은 지난해 5.6%로 누적 평균치인 11.3%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난민 인정을 받는 비율이 감소한 것은 강화된 심사와 함께 허위 난민 신청자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가짜 난민 신청을 해주는 외국인 브로커도 생겨나 논란이 된 적도 있었던 만큼, 이를 걸러내기 위해 심사도 까다로워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난민 신청 건수, 최근 7년 새 10배 ↑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난민, 사상 첫 3천명 넘었다
2019년 한 해 동안 들어온 난민 신청 건수는 1만5천451건에 이른다.

전년의 1만6천173건에 비해 약 4% 감소했지만 집계 후 처음으로 2년 연속 1만건을 넘겼다.

법무부 관계자는 "2013년 난민법 시행을 기점으로 신청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고 분석했다.

1994∼2012년 19년간 총 5천여건에 불과했던 난민 신청 건수는 이후 7년 만에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다만 지난해 난민신청자가 다소 주춤한 것은 제주도 무사증 제도를 이용해 국내에 입국한 예멘 등 중동지역 난민이 크게 증가하자 법무부가 무사증 입국 불허 대상 국가를 11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사증 제도는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국적의 외국인에 한해 한 달 동안 비자 없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 러시아 난민 신청자, 중국 앞질러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난민, 사상 첫 3천명 넘었다
지난해 난민 인정을 신청한 외국인 가운데 러시아 국적자 비율이 18.3%로 가장 높았고, 카자흐스탄 14.9%(2천236명), 중국 12.9%(2천명) 등이 뒤를 이었다.

러시아가 중국 등을 제치고 난민 신청자 최다 국가로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난민 신청자는 집계 이래 2018년까지 총 3천여명에 그쳤지만 2019년에만 이와 비슷한 수치인 2천829명을 기록했다.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을 놓고 사증 면제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2013년 11월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했으며 2014년 1월부터 발효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증 면제로 우리나라를 오가는 러시아인 자체도 늘었고 이에 따라 난민 신청자도 증가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