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캠프 CEO, 경영상식 모두 깬 망하기 딱 좋은 기업?…20년간 적자 안 낸 '원격근무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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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프리드 '베이스캠프' CEO
▶적게 일하는 방법 고민
▶회사는 가족이 아니다
▶목표 숫자 정하지 않는다
"원격근무 노하우 알려달라" 쇄도
코로나로 재택근무 늘며 재조명
헐렁한 조직문화?
불필요한 일 줄이고 효율화 집중
▶적게 일하는 방법 고민
▶회사는 가족이 아니다
▶목표 숫자 정하지 않는다
"원격근무 노하우 알려달라" 쇄도
코로나로 재택근무 늘며 재조명
헐렁한 조직문화?
불필요한 일 줄이고 효율화 집중

20여 년 원격근무 ‘베테랑’

자사 경험 살려 프로그램 개발
베이스캠프는 직원들의 오랜 원격근무 경험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짰다. 베이스캠프 프로그램은 일을 프로젝트별로 나눠 관리한다. 알림, 일정 관리, 문서 작성, 그룹 채팅 등 여러 기능을 한데 모았다. 그룹 채팅용 메신저와 일정 관리 프로그램을 각각 별도로 쓰는 등 작업을 분산하는 게 효율성을 낮춘다는 생각에서다. 일일 보고를 위해선 자동 체크 질문 기능을 만들었다. 매일 비슷한 보고서를 새로 작성하는 대신 공통 양식에 체크만 간단히 하면 되는 식이다.일 진행 상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언덕형 차트’도 특징이다. 이용자가 업무 난도에 따라 ‘오르막 국면’과 ‘내리막 국면’ 등을 설정해 작성할 수 있다. 프로젝트 초반 구상이 까다롭다면 이를 오르막으로 설정하고, 보다 쉬운 실행 단계부터는 내리막으로 정하는 식이다. 프리드 CEO는 “‘과제 5개 중 4개 달성함’이라는 보고만 가지고는 팀이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다”며 “마지막 남은 일 한 가지가 까다롭다면 프로젝트 전체가 예상보다 훨씬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게 일하는 게 최고 가치”
베이스캠프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독특한 사내문화로도 유명하다. 프리드 CEO는 베이스캠프에 대해 “‘내가 얼마나 더 적게 일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효율화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프리드 CEO는 “어느 날 출근했는데 세 시간짜리 일거리만 있다면 그 일을 마친 뒤 쭉 쉬면 된다”며 “그저 바쁜 기분을 느끼기 위해 남은 하루를 채울 일을 더 찾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회사는 가족이 아니다”도 프리드 CEO가 강조하는 원칙이다. 그는 “‘가족 같은 회사’란 얘기는 진짜 가족보다 회사를 우선순위에 두라며 희생을 요구하는 얘기일 뿐”이라며 “최고의 회사는 가족인 척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근무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 남는 시간엔 진짜 가족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기업”이라고 주장한다.
수치 목표를 정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베이스캠프는 매출 얼마, 신규 고객 몇 명 등 숫자로 떨어지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프로젝트마다 6주가량 단기 계획만 정하고, 연간 계획이나 중장기 계획은 전혀 세우지 않는다. 괜한 선입견에 갇히기 십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언뜻 들어선 ‘헐렁한 조직’ 같지만 성과는 탁월하다. 2004년 45명이었던 베이스캠프 이용자 수는 작년 기준 1600만 명에 달한다. 수익률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글로벌 대기업인 세일즈포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베이스캠프는 1999년 창업 첫 달부터 이익을 냈고, 이후 한 번도 연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작년엔 1000억달러(약 120조원) 기업가치 평가를 받았다.
“재택근무 중 실시간 소통 줄여라”
프리드 CEO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에 ‘소통을 줄여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각 기업이 원격근무에 나설 때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가 사무실에서 하던 방식을 그대로 온라인상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특히 원격근무 초반엔 과도한 실시간 의사소통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로 업무 환경이 달라지면 불안감에 메신저나 전화 등을 통해 끊임없이 연락하려 한다는 얘기다.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