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기업 82.5% 리쇼어링 정책에 부정적 의견 피력, 4.2%만 리쇼어링 고려
리쇼어링 고려 시 희망 대상지역에서 부산이 경남에 선호도 뒤져
리쇼어링 최대 걸림돌은 고임금과 고용환경 악화
부산상의 조사 "동남권 제조기업 대다수는 리쇼어링에 부정적"
부산과 울산,경남지역의 제조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현 상황에서 리쇼어링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그쳤다.

부산상공회의소(회장 허용도)는 16일 ‘부울경 제조업 리쇼어링 수요 및 의견 조사결과’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의 대상은 부․울․경에서 해외에 생산법인을 보유한 120개 제조기업이다.

해외 생산거점을 가지고 있는 부울경의 제조기업 대다수는 저임금과 현지시장 공략이 해외진출의 주된 목적이었다. 전체 응답업체의 44.2%가 저임금활용을, 39.2%는 현지시장 공략을 진출 사유로 들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외 목적으로는 ‘원청업체 동반진출’ 5.8%, ‘원자재수급’ 4.2% 등의 순이었다.

진출국가는 중국과 베트남이 각각 33.9%, 30.6%로 가장 많았고, 미국 5.9%, 인도네시아 4.8%, 인도 3.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업 전체의 해외 현지 고용규모는 약 10만 명 수준이었다. 이들의 임금 수준은 국내 인건비 대비 평균 45.3%로 나타났다.

리쇼어링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조사기업의 82.5%가 리쇼어링을 공급망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긍정적 평가 의견을 낸 기업은 17.5%에 그쳤다. 현 상황에서 리쇼어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4.2%에 불과했고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기업이 전체의 76.7%로 가장 많았다.

오히려 응답기업의 7.5%는 현지 투자규모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11.7%의 기업은 제3국 신규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해 리쇼어링에 대한 기대보다는 제조기업의 해외생산 비중 확대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리쇼어링을 전제로 한 희망 지역을 물은 결과, 응답기업의 70%는 본사 소재지가 있는 곳을 선택했다. 반면, 30%는 본사 소재지가 아닌 곳을 선택했고, 이중 6.7%는 수도권을 고려해 리쇼어링이 오히려 지역의 경제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턴 대상지역으로서 부산의 경쟁력은 경남에 뒤졌다. 경남 소재 기업 중 75%가 경남으로 돌아오겠다고 응답한 반면, 부산 기업은 66.7%로 경남보다 낮게 나왔다. 부산 기업 중 경남으로 유턴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16.7%인데 반해 경남 소재 기업 중 부산 유턴을 고려하겠다고 한 기업은 이보다 낮은 9.6%였다. 유턴을 고려할 때 부산 기업 중 10%가 수도권을 염두에 둔데 반해 경남 기업은 이보다 훨씬 낮은 3.8%에 그쳤다.

기업들 유턴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은 산단 등 산업 인프라였다. 전체 응답 업체의 38.3% 이를 지적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외 고려 사항으로는 ‘항만․공항 등의 물류인프라’ 19.2%, ‘우수한 생산․기술인력 확보’ 17.5%, ‘본사 소재지’ 10.8%, ‘각종 정책지원’ 10.0%, ‘연관 산업 발달’ 4.2% 등의 순을 보였다.

지역 제조기업의 리쇼어링 최대 걸림돌은 국내 고임금과 고용환경 악화에 대한 부담이었다. 조사 기업의 34.2%가 이를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지적했다. 이는 지역 제조 기업 대다수가 저임금 활용과 현지 시장 공략을 해외진출의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등 고용환경 부담이 커져가고 있는 국내 경영환경에 대한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현실과 지역 제조기업의 해외진출 목적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지역 기업의 자발적 리쇼어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각종 고용제도 개선과 다양한 정책지원 혜택을 늘린다면, 리쇼어링을 통해 지역적․산업적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상생형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