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일인 16일 오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일인 16일 오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넘겨진 대법원 상고심에서 파기환송 선고를 받으며 기사회생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한 상황에서 '부동의 1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항마로도 거론된다.

벼랑끝에서 살아난 이재명 '정치생명'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16일 오후 2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지사에 대해 원심 판단을 깨고 파기환송으로 결론을 냈다.

이재명 지사의 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대법원 선고가 TV 생중계가 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재명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직선거법 위반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성남 분당구 대장동 개발'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4가지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4가지 혐의 가운데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선고로 이재명 지사 사건은 다시 원심 재판부인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내진다. 이재명 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2심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하지만 대법원이 이재명 지사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당선무효형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목이 날아가느냐 마느냐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면서 이번 대법원 선고에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걸렸다고 했다. 대법원이 이재명 지사의 손을 들어줘 결과적으로 정치적 재도약의 길이 열리게 됐다.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법원 상고심을 앞둔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방청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스1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법원 상고심을 앞둔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방청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스1

경선 흥행 걱정하던 민주당…이재명에 '안도의 한숨'

이재명 지사는 파기환송 선고를 받아 차기 대권주자 레이스에 탄력을 받게 됐다. 추진해오던 기본소득 등 경기도 역점 사업에 추진력이 붙고, 대권 후보로서의 입지가 한층 굳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은 대권 주자로 꼽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연이어 성추행 관련 사건으로 레이스에서 낙마했다. 또다른 잠룡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역시 '드루킹 댓글 조작'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낙연 의원의 독주와 관련해선 여권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이낙연 의원이 검증 공세 속 타격을 받을 경우 '대안'이 없기 때문. 또 대선 주자군 부족으로 경선 레이스 흥행도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가 건재를 과시하면서 향후 여권 대선 레이스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까지 무죄를 받았다면 자칫 이낙연 의원이 '나홀로 경선'을 치르는 듯한 그림이 나올 뻔했다"라면서 "당 내부에서도 계파를 떠나 이재명 지사의 기사회생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