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로 입장 정리
"공급 충분하다"는 기조에 힘 잃어
그러나 정부 내에서 엇박자가 감지된데다, 그린벨트 해제를 국토부가 직접 언급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서울에서 공급을 검토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기조에 밀린 모양새가 됐다.
김 장관은 그린벨트 해제 검토가 공식화되기 전만 하더라도 굳건한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나라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6·13대책을 보완하는 7·10대책에서 공급대책이 빠진 것을 두고 설명하는 대목에서였다.
그는 '7·10 대책에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는데 지금 주택공급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서울에서 연간 4만채 이상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고, 최근 3년간 서울의 인허가·착공·입주 물량도 평균보다 20~30% 많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이 힘을 얻은 이유는 청와대가 김 장관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여서다. 여권 일각에서 부동산 정책에 책임을 물어 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청와대는 "김 장관을 교체는 없는 것으로 안다"라는 입장을 7·10대책 이후에 내놨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반나절도 가지 못했다. 홍 부총리가 주택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후 홍 부총리는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현재 1차적으로 5~6가지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과제들에 대한 검토가 끝나고 나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전은 또 있었다. 부총리의 발언이 나온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국토부가 이를 반박한 것이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집을 짓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입장"이라며 "그린벨트는 녹지 보전 역할도 하지만 도시 외연이 확장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그린벨트가 훼손된 지역(3급 이하)도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과 줄곧 결을 같이했던 박 차관은 "(수도권 아파트는) 실수요자가 필요한 물량을 감당하기 위한 공급물량은 부족하지 않다"며 "국토부는 이미 수도권 5개 신도시 등 30만호, 용산 철도정비창등 서울 7만호(5·6대책) 등 추가 공급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수도권을 포함해서 약 77만 호의 집을 지을 땅이 확보가 돼 있고, 올해 입주 예정 물량만 아파트가 5만3000호로 최근 10년치 중 가장 많다고도 했다.
국토부는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공식 입장까지 내놨다. 해명자료를 통해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은 동일하다"며 "현재 그린벨트 해제 등에 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부총리의 발언을 장차관이 나서서 부인하는 꼴이 되면서 김 장관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지는가 싶었지만, 문제의 발표가 나오면서 그동안의 발언에 힘을 잃게 됐다.
김 장관은 취임 후 2개월에 한번 꼴로 총 22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도리어 집값이 폭등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다른 자리에서는 "제대로 된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건 4번 정도"라고 말했다. 이달 말에는 주택공급대책이 포함된 23번째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으로 지난 3년여간 부동산 정책을 이끌었다. 오는 9월이 되면 이명박 정부에서 3년 3개월간 재임한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의 기록을 깨고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 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