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1000만원 써야 고작 1%"…미끼 불과한 은행 고금리 상품
서울 광진구에 사는 주무 최모씨(73)씨는 15일 최고 연 7.0% 금리를 주는 적금이 나왔다는 소식에 은행 영업점을 찾았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카드이용 실적, 급여이체 등 우대금리를 받아야 연 7.0% 금리가 가능하다는 설명 때문이다. 해당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1.0%에 불과했다. 최씨는 "주부가 급여이체를 하고 연간 1000만원 카드를 사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우대금리를 뺀 기본금리를 기준으로 발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초저금리 시대가 계속되면서 시중은행들의 고금리 특판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5% 예금, 6% 적금 등이 다양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상품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사실상 '미끼 상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최고 연 6.0%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 매직 6 적금'을 출시했다. 기본금리는 연 1.5%로 은행 거래실적과 우리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최대 4.5%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우대금리 4.5%포인트도 급여계좌 이체시 제공되는 1.0%포인트 금리와 카드 이용실적을 근거로 제공되는 3.5%포인트의 특별우대금리로 나뉜다. 이마저도 기존 카드고객의 경우 연간 1000만원을 사용해도 특별우대금리는 1.0%포인트로 제한된다.

KB저축은행이 이날 내놓은 연 5.0% 금리의 '첫 키위 적금'도 비슷하다. 연 2.0%의 기본금리에 멤버십 가입시 우대금리 연 3%가 추가되는 구조다. 카드 이용실적을 요구하진 않지만 첫 거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고, 월 납입금액도 최대 10만원으로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월 10만원을 입금해 최고 우대금리를 다 받아도 세후 이자는 2만7495원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여전히 오름세를 이어갔다. /사진=한경DB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여전히 오름세를 이어갔다. /사진=한경DB
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본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우대금리는 고객 유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기본금리를 올릴 수 없으니 마케팅 비용을 줄여 우대금리로 제공하고, 그에 대한 결과로 카드이용 실적, 자동이체 가입 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우대금리 가운데 카드이용 실적에 따른 혜택이 가장 좋은 편이다. 은행과 계약을 맺은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우대금리로 전환해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매달 30만원 3개월 연속 사용, 연간 1000만원 이상 등의 조건이 붇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캐시백, 포인트로 제공하던 비용을 은행 수신상품의 금리로 제공한다는 건 그만큼 마케팅 효과가 있다는 뜻"이라며 "신규로 카드를 발급하고 연간 일정 금액 이상을 이용하는 요건의 혜택이 가장 좋은 편"이라고 했다.

상품별 우대금리가 천차만별인 만큼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금리 공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본금리를 기준으로 공시하고 우대금리는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대금리라는 용어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대금리는 은행들이 소비자와 계약을 맺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추가 제공하는 금리인데 '우대'라는 이름으로마치 혜택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를 통해 기본금리와 우대금리를 합친 실질 수신금리가 정기적으로 공시되고 있다"며 "우대금리라는 용어는 은행권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만큼 당장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