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독서공감] 단지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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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성폭행을 당하거나 살해된 여성들의 비극이 뉴스로 나온다. 21세기의 첨단을 달리는 지금, 여성은 여전히 약자다. 물론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고,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단지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집이나 학교, 직장, 심지어 길거리에서조차 두려움을 견뎌야 한다. 그 공포는 목숨까지도 담보로 한다.
여성을 주제로 한 신간 세 권을 소개한다. 명백한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익명 뒤에서 숨죽여야 했던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책, 각종 설문조사에서 여성의 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 책,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아시아 여성들의 절규를 실은 책이다.
《디어 마이 네임》은 2015년 1월 17일 미국 스탠퍼드대 파티에 참석했다가 성폭행을 당한 뒤 가해자에 대한 가벼운 처벌에 분노, 익명을 벗고 자신의 사연을 알린 샤넬 밀러가 썼다. 스탠퍼드대 성폭력 사건은 미국에서 ‘미투(me too)’ 운동의 불을 댕겼다. 당초 ‘에밀리 도’란 익명으로 알려진 저자는 사건 후 망가진 일상, 치유 방법, 피해자에게 좌절을 안기는 사법 시스템 등을 섬세한 에세이로 풀었다. “이 책에는 행복한 결말이 없다. 행복한 부분은, 결말 같은 건 없다는 점이다”란 구절이 아프게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영국의 언론인이자 여성운동가 캐롤라인 크리아도 페레스가 “여자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가 여자에 관한 데이터의 공백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 책이다. 저자는 ‘사람=남성’이란 편견이 은연중에 깃들어 근로 시간, 가사 노동, 교통사고 등 여러 테마의 설문조사에서 여성의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여름철 사무실의 에어컨 바람이 왜 여성들에겐 유독 춥게 느껴지는지 관련 설문조사에선 모른다. 남성들의 의견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마스크나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너무 헐겁거나 꽉 끼고, 처방받은 약이 때로 효과를 보이지 않는 등 여성들이 자주 겪는 불편함 역시 부실한 데이터 조사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는 일본군 성노예 실태를 고발해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안세홍이 25년간 만난 아시아 성노예 피해 여성 21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국적별로는 한국 4명, 중국 4명, 인도네시아 5명, 필리핀 4명, 동티모르 4명 등이다. 누군가는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혹은 시장에서 군인들에게 성폭행 당한 뒤 위안소로 끌려갔다. 누군가는 “좋은 직장에 취직시켜준다”는 거짓말에 속았다. 하루 최소 3명에서 최대 20명의 군인을 받아야 했다. 땅굴을 파고 빨래를 하며 밥을 하고, 때로는 춤을 추거나 민요를 부르며 광대 노릇까지 해야 했다. 저자는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자신의 기록이 남겨져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책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저 하나다. “여성은 사람이며, 사람으로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나 딸, 자매 등 여성인 가족이 겪은 일 중 힘들거나 불쾌한 일의 모든 것이 성폭력이라고 전한다. “‘여성이란 이유만으로’란 말이 없어질 그날까지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여성을 주제로 한 신간 세 권을 소개한다. 명백한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익명 뒤에서 숨죽여야 했던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책, 각종 설문조사에서 여성의 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 책,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아시아 여성들의 절규를 실은 책이다.
《디어 마이 네임》은 2015년 1월 17일 미국 스탠퍼드대 파티에 참석했다가 성폭행을 당한 뒤 가해자에 대한 가벼운 처벌에 분노, 익명을 벗고 자신의 사연을 알린 샤넬 밀러가 썼다. 스탠퍼드대 성폭력 사건은 미국에서 ‘미투(me too)’ 운동의 불을 댕겼다. 당초 ‘에밀리 도’란 익명으로 알려진 저자는 사건 후 망가진 일상, 치유 방법, 피해자에게 좌절을 안기는 사법 시스템 등을 섬세한 에세이로 풀었다. “이 책에는 행복한 결말이 없다. 행복한 부분은, 결말 같은 건 없다는 점이다”란 구절이 아프게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영국의 언론인이자 여성운동가 캐롤라인 크리아도 페레스가 “여자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가 여자에 관한 데이터의 공백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 책이다. 저자는 ‘사람=남성’이란 편견이 은연중에 깃들어 근로 시간, 가사 노동, 교통사고 등 여러 테마의 설문조사에서 여성의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여름철 사무실의 에어컨 바람이 왜 여성들에겐 유독 춥게 느껴지는지 관련 설문조사에선 모른다. 남성들의 의견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마스크나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너무 헐겁거나 꽉 끼고, 처방받은 약이 때로 효과를 보이지 않는 등 여성들이 자주 겪는 불편함 역시 부실한 데이터 조사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는 일본군 성노예 실태를 고발해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안세홍이 25년간 만난 아시아 성노예 피해 여성 21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국적별로는 한국 4명, 중국 4명, 인도네시아 5명, 필리핀 4명, 동티모르 4명 등이다. 누군가는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혹은 시장에서 군인들에게 성폭행 당한 뒤 위안소로 끌려갔다. 누군가는 “좋은 직장에 취직시켜준다”는 거짓말에 속았다. 하루 최소 3명에서 최대 20명의 군인을 받아야 했다. 땅굴을 파고 빨래를 하며 밥을 하고, 때로는 춤을 추거나 민요를 부르며 광대 노릇까지 해야 했다. 저자는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자신의 기록이 남겨져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책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저 하나다. “여성은 사람이며, 사람으로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나 딸, 자매 등 여성인 가족이 겪은 일 중 힘들거나 불쾌한 일의 모든 것이 성폭력이라고 전한다. “‘여성이란 이유만으로’란 말이 없어질 그날까지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