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맥북·노브랜드…브랜딩 잘해야 팔린다
매일유업과의 경쟁에서 오랜 기간 우위를 점했던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사건’으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을 겼었다. 남양유업은 나빠진 기업 브랜드를 숨기고 새로운 브랜드로 하위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백미당’ ‘프렌치카페’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숨은 남양 찾기’로 인해 본사 브랜드와의 관계 단절에 실패했다. 남양유업은 2019년 ‘어닝 쇼크’ 수준으로 실적이 나빠지면서 매일유업과 운명이 뒤바뀌었다. 제품의 품질과 상관없이 조직 차원의 부정적 이미지로 브랜드가 망가진 사례다. 브랜드는 이처럼 제품을 넘어선 차원에 존재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에서 브랜딩 전략가로 활동했던 최장순 엘레멘트컴퍼니 대표는 저서 《의미의 발견》에서 성공적인 브랜드를 기획하는 방법론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업이 예기치 못한 불상사를 겪었을 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층적이고 포괄적인 브랜드 경영이 필요하다. 브랜드는 기업이 추구해온 ‘의미’를 담은 기호체계로서 회사 경영이 어려울 때는 업의 본질을 지키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공동체의 요구를 의미에 담아내야 브랜드는 성장한다. 혁신가가 되고 싶은 욕망을 구현한 ‘맥북’, 스마트한 소비자가 된 듯한 ‘노브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흑인 폭동 때 맥도날드 매장이 약탈당하지 않은 이유는 흑인들이 “맥도날드는 우리 편”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흑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꾸준히 지원사업을 벌이며 ‘맥도날드는 여러분의 가족’이라는 의미를 심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제품 중심 사고에 빠져 그 외의 차원인 디자인과 사용자 혹은 조직의 이미지 관리에 소홀할 때가 많다. 비슷한 기술력을 지닌 경쟁업체가 상징 차원의 이미지를 매력있게 꾸민다면 해당 분야의 리더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세계적 마케팅 전문가인 시드니 J 레비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건 유용성 때문만이 아니라 의미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담긴 의미를 간파하고 제품을 구매한다”며 “모든 경영의 판단 기준은 이익이 아니라 의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틈새책방, 320쪽, 1만5000원)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