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前 '넥밴드 무선이어폰' 강자 LG의 '콩나물'은 어떨까 [배성수의 다다IT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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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이어폰 하면 애플(에어팟)이나 삼성전자(갤럭시버즈)를 떠올리겠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1위 자리는 LG전자 차지였습니다. 2000년대 후반 LG전자는 목 뒤를 감싸는 넥밴드형으로 무선이어폰 시장을 휩쓸었습니다.
애플이 2016년 에어팟을 출시하며 시장은 완전히 바뀌었죠. 무선이어폰 폼팩터(특정 기기 형태)가 '콩나물'을 연상시키는 코드리스 이어폰으로 바뀌었고, 시장 규모가 당시 100만대에서 올해 2억3000만대로 급성장했으며, LG전자는 순위권 밖으로 멀어졌습니다.
그랬던 LG전자가 다시 무선이어폰 시장에 뛰어듭니다. 이번 신제품 'LG 톤 프리'를 포함해 올 하반기에만 4종의 무선이어폰을 쏟아낼 예정인데요. 첫 주자인 톤 프리는 애플과 삼성전자,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에 던지는 LG전자의 '도전장' 성격의 제품입니다. 다방면으로 톤 프리를 살펴봤습니다. 가장 중요한 음향은 개개인 편차가 크죠. 현업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톤 프리의 음향은 레인지로버 등 주로 슈퍼카에 사운드를 넣는 영국 오디오 기업 메리디안이 튜닝을 맡았습니다. LG전자는 톤 프리 외에도 다양한 자사 전자기기에 메리디안 사운드를 넣었습니다. 음향 전문가들은 메리디안의 사운드는 JBL, AKG 등 브랜드를 보유한 삼성전자 자회사인 오디오 기업 하만에 비해 한 단계 아래라고 평가합니다.
그렇다고 LG 톤 프리의 음질이 떨어진다고 예단할 순 없습니다. 톤 프리는 준수한 음향을 보여줍니다. 특히 기본 설정된 '이머씨브' 모드는 메리디안의 장점인 풍부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사운드가 뛰어나다는 평입니다. LG전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귀 안에서만 들리는 답답함이 아닌 마치 눈 앞의 스테레오 스피커에서 들리는 듯한 사운드"입니다. 그만큼 현장감과 몰입감이 높습니다. 실제로 영화 시청을 할 때 일반 사운드와의 차이는 더 두드러지게 느껴졌습니다. 음향 부문의 또 다른 장점은 이머씨브 모드를 포함해 4가지 사운드 모드(EQ)를 직접 소비자가 설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네츄럴'은 평탄한 음역대를 보여주는 설정입니다. 별도 보정이 들어가지 않아 원작자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베이스 부스트'는 저음역대가 강조된 EQ로, 베이스가 강력한 힙합 댄스 음악에 잘 어울립니다. '트레블 부스트'는 고음역대에 부스트를 넣어 선명하게 소리가 들리도록 합니다. 클래식 혹은 EDM(전자댄스음악) 청취에 좋습니다. 이처럼 장르에 따라 EQ 모드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포인트는 장점이라 할 만합니다.
통화도 중요한 부분인데요. 사실 통화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어버드 위쪽, 입과 가장 가까운 부분에 마이크가 2개가 있는 톤 프리를 착용하고 전화를 수십 차례 해봤습니다. 조용한 환경에서는 통화 품질이 우수했지만, 주변 환경이 조금이라도 시끄러워지면 제 목소리만큼 주변 소음이 들어가 통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어폰 배터리는 삼성 갤럭시 버즈 플러스의 2분의 1 수준인 5시간 안팎이면 동이 납니다. 사용한 지 4시간30분쯤 지나자 '충전이 필요합니다' 안내음이 수차례 울리고 곧 꺼졌습니다. 대신 충전기 배터리 용량은 아주 넉넉합니다. 케이스 충전까지 포함하면 톤 프리가 버즈 플러스보다 한 시간 더 긴 "최대 18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입니다. 충전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톤 프리의 디자인은 인이어 이어폰 아래로 떨어지는 디자인과 가벼운 무게(한쪽 5.4g)가 눈에 띕니다. 무게 중심이 위에서 안쪽으로 향하도록 배치돼 착용감이 뛰어납니다. 길이는 3.2cm 정도로 에어팟보다 짧은데요, 요즘 자주 착용하는 마스크를 쓸 때 걸리적거리지 않습니다. 작은 사이즈의 원형의 충전기와 LG전자가 디자인 한 파스텔 색상의 케이스는 마치 '마카롱'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디자인입니다.
커널형 이어폰의 특성상 차음이 잘 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주변 소리를 완전히 차단해주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은 없지만 '주변 소리 듣기' 모드를 이어폰 헤드 부분을 길게 한 번 터치해 조정할 수 있습니다. 가끔씩 무선이어폰을 착용하고 카페나 편의점 등을 방문할 때 번거롭게 빼지 않아도 돼 편리했습니다.
톤 프리는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터치 동작에 따라 작동 방식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전화 받기와 음악 재생, 두 번은 통화 끊기나 취소 또는 볼륨 조절, 세 번은 다음 곡 듣기입니다. 다만 터치 센서가 이어버드 위쪽에 있어 상단 부분을 두드리지 않으면 잘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래 부분까지 인식이 되면 기기를 만질 때마다 작동 방식이 바뀌게 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톤 프리는 최근 각광받는 위생에도 신경 쓴 게 느껴집니다. 이어젤이 피부에 직접 닿는 점을 감안해 실리콘 소재를 택했고, 충전기에는 대장균 등 유해 세균을 99.9% 살균해주는 적외선 기반 'UV나노' 기능 등이 탑재됐습니다.
이 외에도 △일상 생활에서의 방수를 보장해주는 IPX4 등급 방수 기능 △무선이어폰을 잃어버렸을 때 작은 소리지만 찾을 수 있게 이어버드가 소리가 나는 '내 무선 이어버드 찾기' △핸드폰과 무선이어폰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도 원활하게 작동되는 점 △무선충전 기능 △구글 어시트턴트 지원 등도 내세울 만합니다.
가격은 호불호가 갈리겠습니다. 사실 LG전자가 '콩나물'을 출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말 한 차례 출시했는데, 판매가 저조했습니다. 당시 제품 가격은 애플 에어팟과 비슷한 25만원대였습니다. 이번에 나온 톤 프리는 여러 기능이 다양하게 들어갔지만 가격을 전작보다 6만원이나 낮췄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갤럭시버즈 플러스보다 2만원 가량 비쌉니다.
※ 많이 알면 알수록 손해는 안 봅니다. '배성수 기자의 다다IT선'은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가전·IT 신제품을 생생한 영상과 알기 쉬운 이야기로 함께 체험해보는 코너입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애플이 2016년 에어팟을 출시하며 시장은 완전히 바뀌었죠. 무선이어폰 폼팩터(특정 기기 형태)가 '콩나물'을 연상시키는 코드리스 이어폰으로 바뀌었고, 시장 규모가 당시 100만대에서 올해 2억3000만대로 급성장했으며, LG전자는 순위권 밖으로 멀어졌습니다.
그랬던 LG전자가 다시 무선이어폰 시장에 뛰어듭니다. 이번 신제품 'LG 톤 프리'를 포함해 올 하반기에만 4종의 무선이어폰을 쏟아낼 예정인데요. 첫 주자인 톤 프리는 애플과 삼성전자,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에 던지는 LG전자의 '도전장' 성격의 제품입니다. 다방면으로 톤 프리를 살펴봤습니다. 가장 중요한 음향은 개개인 편차가 크죠. 현업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톤 프리의 음향은 레인지로버 등 주로 슈퍼카에 사운드를 넣는 영국 오디오 기업 메리디안이 튜닝을 맡았습니다. LG전자는 톤 프리 외에도 다양한 자사 전자기기에 메리디안 사운드를 넣었습니다. 음향 전문가들은 메리디안의 사운드는 JBL, AKG 등 브랜드를 보유한 삼성전자 자회사인 오디오 기업 하만에 비해 한 단계 아래라고 평가합니다.
그렇다고 LG 톤 프리의 음질이 떨어진다고 예단할 순 없습니다. 톤 프리는 준수한 음향을 보여줍니다. 특히 기본 설정된 '이머씨브' 모드는 메리디안의 장점인 풍부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사운드가 뛰어나다는 평입니다. LG전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귀 안에서만 들리는 답답함이 아닌 마치 눈 앞의 스테레오 스피커에서 들리는 듯한 사운드"입니다. 그만큼 현장감과 몰입감이 높습니다. 실제로 영화 시청을 할 때 일반 사운드와의 차이는 더 두드러지게 느껴졌습니다. 음향 부문의 또 다른 장점은 이머씨브 모드를 포함해 4가지 사운드 모드(EQ)를 직접 소비자가 설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네츄럴'은 평탄한 음역대를 보여주는 설정입니다. 별도 보정이 들어가지 않아 원작자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베이스 부스트'는 저음역대가 강조된 EQ로, 베이스가 강력한 힙합 댄스 음악에 잘 어울립니다. '트레블 부스트'는 고음역대에 부스트를 넣어 선명하게 소리가 들리도록 합니다. 클래식 혹은 EDM(전자댄스음악) 청취에 좋습니다. 이처럼 장르에 따라 EQ 모드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포인트는 장점이라 할 만합니다.
통화도 중요한 부분인데요. 사실 통화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어버드 위쪽, 입과 가장 가까운 부분에 마이크가 2개가 있는 톤 프리를 착용하고 전화를 수십 차례 해봤습니다. 조용한 환경에서는 통화 품질이 우수했지만, 주변 환경이 조금이라도 시끄러워지면 제 목소리만큼 주변 소음이 들어가 통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어폰 배터리는 삼성 갤럭시 버즈 플러스의 2분의 1 수준인 5시간 안팎이면 동이 납니다. 사용한 지 4시간30분쯤 지나자 '충전이 필요합니다' 안내음이 수차례 울리고 곧 꺼졌습니다. 대신 충전기 배터리 용량은 아주 넉넉합니다. 케이스 충전까지 포함하면 톤 프리가 버즈 플러스보다 한 시간 더 긴 "최대 18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입니다. 충전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톤 프리의 디자인은 인이어 이어폰 아래로 떨어지는 디자인과 가벼운 무게(한쪽 5.4g)가 눈에 띕니다. 무게 중심이 위에서 안쪽으로 향하도록 배치돼 착용감이 뛰어납니다. 길이는 3.2cm 정도로 에어팟보다 짧은데요, 요즘 자주 착용하는 마스크를 쓸 때 걸리적거리지 않습니다. 작은 사이즈의 원형의 충전기와 LG전자가 디자인 한 파스텔 색상의 케이스는 마치 '마카롱'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디자인입니다.
커널형 이어폰의 특성상 차음이 잘 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주변 소리를 완전히 차단해주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은 없지만 '주변 소리 듣기' 모드를 이어폰 헤드 부분을 길게 한 번 터치해 조정할 수 있습니다. 가끔씩 무선이어폰을 착용하고 카페나 편의점 등을 방문할 때 번거롭게 빼지 않아도 돼 편리했습니다.
톤 프리는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터치 동작에 따라 작동 방식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전화 받기와 음악 재생, 두 번은 통화 끊기나 취소 또는 볼륨 조절, 세 번은 다음 곡 듣기입니다. 다만 터치 센서가 이어버드 위쪽에 있어 상단 부분을 두드리지 않으면 잘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래 부분까지 인식이 되면 기기를 만질 때마다 작동 방식이 바뀌게 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톤 프리는 최근 각광받는 위생에도 신경 쓴 게 느껴집니다. 이어젤이 피부에 직접 닿는 점을 감안해 실리콘 소재를 택했고, 충전기에는 대장균 등 유해 세균을 99.9% 살균해주는 적외선 기반 'UV나노' 기능 등이 탑재됐습니다.
이 외에도 △일상 생활에서의 방수를 보장해주는 IPX4 등급 방수 기능 △무선이어폰을 잃어버렸을 때 작은 소리지만 찾을 수 있게 이어버드가 소리가 나는 '내 무선 이어버드 찾기' △핸드폰과 무선이어폰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도 원활하게 작동되는 점 △무선충전 기능 △구글 어시트턴트 지원 등도 내세울 만합니다.
가격은 호불호가 갈리겠습니다. 사실 LG전자가 '콩나물'을 출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말 한 차례 출시했는데, 판매가 저조했습니다. 당시 제품 가격은 애플 에어팟과 비슷한 25만원대였습니다. 이번에 나온 톤 프리는 여러 기능이 다양하게 들어갔지만 가격을 전작보다 6만원이나 낮췄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갤럭시버즈 플러스보다 2만원 가량 비쌉니다.
※ 많이 알면 알수록 손해는 안 봅니다. '배성수 기자의 다다IT선'은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가전·IT 신제품을 생생한 영상과 알기 쉬운 이야기로 함께 체험해보는 코너입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