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엘에스가 최근 화장품 임상 연구를 하는 자회사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로 주목받고 있지만 본업은 원료의약품(API) 생산입니다. 1986년에 창업한 회사로 업계에선 굳건한 선두 그룹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봉엘에스는 단순히 제약 회사의 주문을 받아 화학 공식대로 원료의약품을 만드는 회사는 아닙니다. 원료 의약품 연구개발(R&D)에도 투자를 많이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원료의약품을 만들어 제약 회사에 “이런 성분이 더 효과적이니 한 번 써보는 것은 어떤가”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세계적인 비만치료제인 삭센다의 원료 의약품도 대봉엘에스가 독자적인 제조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미 특허로도 나와있죠. 손발톱무좀 치료제 에피나코나졸 성분에 대한 합성법을 새로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원료의약품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악전고투

이 회사를 설명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빼놓고 얘기할 순 없습니다. 코로나19로 1분기와 2분기 병원 환자 감소로 제약 산업 자체가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감기 등 호흡기 질환 관련 약물들은 매출이 줄었습니다.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제 사용 등 평상시 위생관리로 병원에 덜 가게된 것 입니다.
[김우섭의 바이오 탐구영역] "코로나에도 매출 늘어났다…만성질환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그럼에도 이 회사는 1분기 실적이 부쩍 좋아졌습니다. 매출은 206억원, 영업이익은 28억원을 기록했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3% 늘었습니다. 영업이익은 55.5% 증가했습니다. 박진오 대봉엘에스 대표는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필수 아미노산류와 손소독제, 손세정제 관련 의약외품의 매출이 늘었다”며 “최근 3년간 최대 실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호흡기 약물보다는 만성 질환 원료의약품 매출 비중이 높은 것도 한 요인입니다. 코로나19 속에서 호흡기 질환은 줄 수 있지만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의 환자는 좀체 줄지 않습니다. 병원을 덜 가더라도 처방받는 약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만성질환의 경우 바이러스가 유행한다고 병원에 안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박 대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도 회사 매출이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개발 방향은 대사성 질환과 스트레스성 질환, 노인성 질환 등으로 잡았습니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콜린페노피브레이트는 개발을 완료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원료 허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복용 편의성을 개선한 서방형 제제의 원료인 동맥페색증 치료제 사포그릴레이트 등의 연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노승원 맥쿼리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원료의약품 분야에서 매년 일정 금액을 벌어들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원료의약품 분야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예상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노 펀드매니저는 “빠른 성장을 노리기 보다는 일정 매출과 영업이익이 보장되는 사업 중심”이라며 “현 수준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화장품, 반등할 수 있을까

화장품 원료 역시 이 회사의 주요 수입원입니다.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요. 매출의 4.5%는 화장품 원료 개발에 쏟는다고 합니다.

제주도에 연구개발(R&D)센터를 두고 천연물을 활용한 원료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제주 프리미엄 가치를 담은 생물종, 고지대 희귀종 식물 등을 원료로 개발하고 있습니다.물 대신 유기농 제주 녹차수를 넣어 만든 이니스프리의 ‘그린티 퓨어 라인’ 화장품 정도만 알려져 있지만 더 많은 제품들을 화장품 회사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고객사와의 비밀 유지 관계로 실제 회사 명은 밝히기 어렵다고 합니다.

박 대표는 화장품 원료는 역시 중국 매출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박 대표는 “면세점 등에서 수요가 늘어야 하는데 아직 늘고 있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한 줄기 빛은 있습니다. 작년에 해외에 여러 대리점 업체를 세운 것입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로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에 세운 해외 대리점에서 큰 고객사를 접촉하고 있고 성과도 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 분야 역시 포화상태에 있습니다. 소량 다품종 사업 특성에다 원료를 만들고 있는 크고 작은 회사만 2500개 입니다. 진입장벽이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13만 가지나 되는 화장품 시장에서 독과점을 예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다만 안전과 천연 물질을 선호하고 있는 화장품 업계 특성상 대봉엘에스엔 분명히 기회도 있습니다. 박 대표는 “안전한 화장품을 선호하면 자연스럽게 천연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며 “우리 회사의 장점과 자회사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를 활용해 매출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