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5월 10일, 흑인 최초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 오른 넬슨 만델라(사진)가 대통령 취임식에 한 교도관을 초대했다. 흑인 인권운동을 벌이다 감옥에 갇힌 자신에게 소변을 뿌리며 모욕을 준 백인 교도관이었다. 27년 동안 이어진 수감생활에도 백인을 향한 증오의 감정은 만델라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만델라는 1918년 7월 18일 남아공에서 태어났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1952년 흑인 최초의 법률상담소를 세우기도 했다. 만델라는 당초 비폭력 방식의 흑인 인권운동을 벌였지만, 1960년 3월 집회에 참석한 흑인 69명이 경찰의 총기 난사에 학살되는 사건을 계기로 무장투쟁에 나섰다.

비밀 무장조직을 꾸려 활동하던 만델라는 1962년 체포돼 1964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인권 탄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자 남아공 정부는 1990년 2월 그를 석방했다. 감옥에서 이미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적 존재로 올라선 만델라는 석방 후 백인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1994년 남아공 최초로 모든 인종이 참여하는 총선거를 이끌어냈다. 백인을 탄압하지 않고 포용 정신으로 남아공의 새 시대를 연 그는 2013년 95세의 나이로 숨졌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