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범행 잔혹해 프로파일러 투입
피의자들 사이코패스 성향 등 분석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한 집에 같이 살던 학교 선배를 수개월간 고문 수준으로 학대한 20대 연인이 구속됐다. 피해자는 극한의 공포와 폭력을 견디다 못해 저항하기를 체념하게 됐다고 털어놨다.광주지법 류종명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학교 선배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가혹 행위를 한 혐의(특수상해)로 박모(21)씨와 그의 여자친구 유모(2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류종명 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망할 염려 있다"고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박씨 등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경기도 평택시 자택에서 중학교 선배인 A(24)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거나 신체적 위해를 가해 8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가해자 박모씨와 A씨는 중학교 시절 함께 운동부에서 활동한 세 살 터울 선후배 사이다. 박씨는 광주에 있던 A씨에게 같이 일하며 함께 살아보자고 평택으로 불러 함께 생활했다.
규율이 엄격한 운동부 출신 후배가 사회에 나와서 함께 집을 구해 사는 선배를 학대한 출발점은 장난처럼 시작한 주먹질이었다.
박씨는 선배인 A씨가 후배에게 맞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폭력의 강도를 세게 늘려갔다.
한 집에서 어울려 살던 박씨의 여자친구 유모씨도 학대를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거들면서 골프채와 둔기, 끓는 물, 가스 토치까지 학대 도구로 이용했다.
이들은 A씨가 도망가면 가족을 위해할 것처럼 협박하고, 빌리지도 않은 3억5000만원 상당의 차용증을 작성하도록 해 돈까지 요구했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A씨는 끓는 물에 두피까지 벗겨져 후유증이 심각한 상황이다. 남은 일생을 모자나 가발을 쓰고 살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또 A씨의 고향 집에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면 "잘 지낸다", "대기업에 취직했다" 등 거짓말로 가족을 안심시키게 한 뒤 '사랑한다'는 끝인사로 별다른 의심을 사지 않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전남 무안군 한 종합병원에서 전신 화상 치료를 받는 A씨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A씨는 수차례 극단적인 시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신체의 상처를 회복하는 게 시급해 처방 약을 먹으며 마음을 붙잡고 있는 상태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광주 북부경찰서는 특수상해 혐의로 박씨와 유씨를 구속하고 범행동기 등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범행이 잔혹한 만큼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피의자들의 사이코패스 성향 여부 등도 분석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가 트라우마 치료와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기관에 지원을 요청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