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주택정책이냐, 리먼 쇼크냐 갈려
글로벌 금융위기로 충격 받은 부동산
공급, 거래활성화로 중장기적 안정세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답이 갈리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서울 강남 일대 그린벨트 해제와 도심 재개발을 통해 ‘공급폭탄’을 날린 이명박 전 대통령을 ‘1등 공신’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전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심각한 경기둔화를 겪은 만큼 MB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었어도 잡힐 상황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집값을 안정시킨 건 MB가 아니라 ‘리먼 쇼크’였다는 얘기입니다.
금세 회복된 리먼발(發) 집값 조정
이 논쟁에 대한 답을 구하려면 먼저 2008년 이후 집값 흐름부터 살펴보는 게 순서일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데이터로 확인됩니다.한국감정원의 ‘지역별(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살펴보면 2008년 8월 80.4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2008년 12월 72.5로 추락합니다. 반년이 채 안 된 기간 동안 평균 9.8%가 떨어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리먼 충격’이 당시 부동산 시장 하락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습니다. 문제는 기간입니다.
리먼 쇼크 이후 집값이 하락세를 탄 기간은 2008년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에 불과합니다. 그 해 12월에 저점을 찍은 실거래가 지수는 이듬해 1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2009년 9월 리먼 이전 수준에 근접한 80.2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갔지요.
길게 보면 2010년 8월까지 안정세가 지속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여러 지표를 살펴봤을 때 2009년 9월 이후 집값 안정이 금융위기발(發) 경기둔화 때문인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한국은 금융위기 당시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빨리 회복세를 탄 ‘위기극복 모범국’에 속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2008년 3.0%에서 2009년 0.8%로 추락했지만, 2009년 경제성장률은 주요 20개국(G20) 중 5위에 해당할 정도로 양호한 수준이었습니다.
더구나 2010년엔 6.8%로 급반등했지요. 이를 감안해 볼 때 금융위기가 당시 집값에 일시적으로 충격을 준 것은 맞지만 중‧장기적으로 안정세를 이어간 요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입니다.
공급확대와 거래활성화의 ‘콜라보’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80대에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간 기간은 2014년까지입니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전 세계가 천문학적 자금을 뿌려댄 덕분에 증시 활황세가 이어지는 등 자산시장이 호황기를 누린 시기인데도 부동산 만큼은 안정세를 유지했습니다.핵심 원인으로는 ‘MB표 공급확대’ 정책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뉴타운 사업을 통한 도심 재개발 활성화, 강남일대 보금자리 주택 건설을 통해 MB가 공급을 대폭 늘린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MB 재임시절 집값 안정을 설명하는 데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MB표 공급이 집중됐던 서울 및 경기도의 입주물량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진 것은 맞습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10년 3만3825가구였던 입주물량이 2014년 5만1452가구까지 불어났죠.
그러나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2012년 23만8432가구가 입주하는 데 그쳐 2000년 이후 최소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입주물량만 놓고보면 이 기간에 서울 및 수도권 이외에 전국 집값이 안정된 것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셈입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또 다른 안정 요인은 세율인하를 통한 거래 활성화입니다. 양도소득세율 인하를 통해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는 부담을 최소화시킨 게 재고주택 시장에서 적정 수준의 매물이 꾸준히 나오도록 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논리입니다.
벤치마킹해야 할 ‘MB 주택정책’
평가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MB 정부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그렇지만 그의 부동산 정책들이 결과적으로 짧게는 5년, 길게는 7년까지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22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MB의 주택정책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해보는 것으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