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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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청약시장이 온도차를 보이면서 차갑게 식고 있다. 청약시장은 올해초만 하더라도 지역을 막론하고 '묻지마 청약'을 보였다. 이제는 부동산 규제의 여파로 '똘똘한 청약'으로 변하고 있다. 청약자들이 투기과열지구나 지역 내에서 랜드마크급 아파트가 아니면 아예 청약에 나서지 않으면서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청약 미달은 보통 미분양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다보니 '대량 미분양의 시그널'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17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들어 경기도와 인천에서 청약을 받은 아파트들의 청약경쟁률이 양분화되고 있다. 정부가 6·17대책으로 경기도와 인천 대부분의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후 청약성적이 지역별 혹은 단지별 격차가 포착되고 있다.

인천 송도나 과천 등에서는 치열한 경쟁률을 나타내는 반면, 비규제지역이나 중소형 아파트들은 미달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인기주거지역이나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대규모 브랜드 아파트로만 청약이 몰린다는 얘기다.

인천에서는 투기과열지구가 된 송도국제도시와 조정대상지역이 된 영종국제도시간의 희비가 엇갈렸다. 인천은 규제지역이 되면서 세대주만 1순위 통장 접수가 가능해졌다. 통장이 귀해지면서 그만큼 인기 지역에 통장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이 송도국제도시 D17-1블록에서 공급한 '더샵 송도 그린워크 3차'는 1순위에서 40가구 모집에 2542명이 접수해 평균 63.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외국인전용 아파트를 분양전환하는 아파트로 저층인데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였지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40%를 적용받지만 '인천의 강남'답게 수요자들이 몰렸다.

반면 SK건설이 중구 운남동에 짓는 '운서 2차 SK뷰 스카이시티 A7블록'( 909가구)은 미달 성적을 받아들었다. 특별공급분을 다 채우지도 못했고, 1순위에서는 814가구를 모집하는데 602명만이 신청했다. 909가구의 대단지인데다 1차 단지와 랜드마크를 기대했지만, 수요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에서 이제 막 벗어난 지역까지 규제를 맞으면서 심리가 많이 위축됐다"며 "과도한 규제로 실수요자들까지 나서지 않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인천에는 중구 영종국제도시 A31블록에서 '영종국제도시 동원로얄듀크'(412가구), 부평구에서는 '브라운스톤 부평'(439가구), 미추홀구에서 '주안역 미추홀 더리브'(345가구) 등이 이달 분양된다. 6·17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된 지역에서 중견 건설사들이 공급하는 중소형 단지다. 규제를 정면으로 맞는만큼 청약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청약자들의 취사선택이 갈리고 있다. 최근 청약을 받은 단지들은 대부분 6·17대책 이전에 분양승인을 받아놓거나 비규제지역에서 나왔다. 쉽게 말해 분양권 전매제한이 모두 6개월이었다. 비슷한 조건에서도 인기 지역으로만 통장쏠림이 나왔다.

신동아건설이 고양시 덕양구에 짓는 '행신 파밀리에 트라이하이'는 40가구를 뽑는 1순위에 1395명이 신청해 37.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단지는 작은 편이지만, 주변에 능곡재정비촉진지구를 비롯해 주거선호지역에 있다보니 청약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비규제지역인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서 공급된 '용인 세영리첼'은 미달이 났다. 광주시 초월읍에서 분양된 '쌍용 더 플래티넘 광주'는 1순위에서 전주택형이 마감됐지만, 당해지역에서는 미달이 나왔고 예비청약자들을 못채웠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투자수요가 빠지면서 지역별로 미달이 나올 것 같다"면서도 "청약 미달은 미분양으로 이어지고 지역경제를 침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