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의 '오케스트라'…온라인으로 뭉친 연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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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무대 그리운 젊은 연주자 53인
'프로젝트쉼표' 이름으로 국내 첫 '가상 합주'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피날레 영상 공개
'프로젝트쉼표' 이름으로 국내 첫 '가상 합주'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피날레 영상 공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는 클래식 음악가들의 합주도 언택트(untact)로 이뤄진다. 각자의 방에서 자신의 파트를 연주한 영상을 이어붙여 동시 재생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버추얼 퍼포먼스(Virtual Perfomance)'로 불린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외 공연이 줄지어 취소되면서 무대에 설 자리를 잃은 53명의 클래식음악 연주자들이 ‘프로젝트쉼표(Projcettacet)’를 통해 화면 속에서 모였다.
코로나로 연주회 줄취소…무대 그리워 고안
프로젝트쉼표는 지난 7일 유튜브에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4막 피날레 부분의 합주 영상을 올렸다. 이 모임은 미국 뉴욕 줄리어드음악원 동문인 플루티스트 최예림(28), 테너 김세영(28), 바이올리니스트 노예리(28) 등 세 명이 기획한 모임으로 1986~1999년생의 20~30대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은 모두 줄리어드 음악원, 예일대 음대, 커티스 음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 등 국내외 유명 음대 출신으로 세계 각국 오페라단과 교향악단 등에서 활동중인 현역 연주자들이다.미국 싼타페 오페라단의 테너 김세영 씨(28)는 "6~8월 오페라 공연 다섯 편이 모두 취소됐다"며 "저를 비롯해 코로나19로 프로 연주자들이 할 일을 잃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코로나를 통해 무대와 관객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며 "이에 보답하고자 프로젝트쉼표를 시작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영상 제작을 위해 하루 14시간씩 음원 및 영상 편집을 한다고 전했다. 음원 편집 프로그램 '로직'과 영상 편집 프로그램 '루마퓨젼'을 이용해 각 연주자들로부터 받은 영상을 합치고 편집한다.
최씨는 "프로젝트쉼표의 영문명에 붙은 '타셋(tacet)은 일반 쉼표(rest)와 달리 '비교적 긴 휴식'을 뜻하는 의미로 한 악장 혹은 한 막을 통째로 쉴때 주로 등장하는 표기”라며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춰버린 요즘, 사람들에게 진정한 휴식을 선사하겠다는 의미에서 프로젝트쉼표(tacet)라고 이름붙였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쉼표는 차기 영상으로 생상스의 관현악모음곡 <동물의 사육제>를 이달말께 게시할 예정이며 대중적인 뮤지컬 작품도 준비중이라고 귀띔했다.
SNS서 릴레이 연주도…편집도 활용
이런 시도는 코로나19로 인한 연주회장 폐쇄가 주요 원인이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겠다는 목적도 있다. 같은 이유에서 릴레이 연주도 화제다. 지난 3월 시작된 '다함께씽씽씽'은 연주영상을 올린 뒤 다른 연주자를 지목하면 따라 연주하는 캠페인이다. 이를 기획한 사단법인 영아티스트포럼페스티벌(YAFF)의 박진학 대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퍼포먼스를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하는 캠페인"이라며 "이탈리아의 '발코니 음악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 캠페인은 지난 5월 중순기준 100인 이상이 지목을 받았고 60인 이상이 실제로 자신의 연주를 촬영해 개인 SNS에 올렸다. 유명 클래식 연주자부터 직장인, 학생, 유튜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영상 편집기술을 활용하는 연주자들도 돋보인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교향악단 단원인 첼리스트 김동녘 씨(26)는 지난달부터 SNS를 통해 1인 합주영상을 공유한다. 혼자 한 작품의 여러 성부를 따로 연주한 뒤 합성하는 방식이다. 김씨는 “3월부터 6월까지 예정된 40여 차례의 공연이 일제히 취소되고 귀국후 자가격리를 하면서 연주가 그리워졌다”며 “어떻게 연주를 공유할수있을까 고민하다 1인 합주영상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보미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이사(봄아트프로젝트 대표)는 "공연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전환했지만 예술가나 스태프에게 수입적으로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고사 직전인 예술계 상황에서 아티스트들이 자발적으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