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취득세를 대폭 올릴 방침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절세를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이어 취득세까지 대폭 올릴 움직임을 보이자 설마하며 버티던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서두르고 있다.
◆“취득세 올리기 전 증여하자”
서울 반포에 거주하는 2주택자 A씨는 아내에게 주택 한 채를 증여하는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2주택자 이상 보유자가 다음달 이후 증여를 할 경우 증여 취득세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여서다.A씨는 “취득세가 아깝지만 향후 오를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를 생각하면 증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종훈 국민은행 투자자문 부장은 “‘세금 부담이 크게 늘겠느냐’며 버티던 다주택자들도 종부세에 놀란 데 이어 최근엔 증여를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정부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증여 취득세율을 최대 12%로 상향할 계획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지방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 내 일정가액(수도권 3억원) 이상 주택을 무상취득할 경우 취득세율을 12%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무상취득은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등이다. 개정안은 공포한 날로부터 즉기 시행된다. 개정안에는 ‘7·10 부동산 대책’에서 발표한 법인과 다주택자 취득세율 강화 방안도 담겼다.2주택자는 8%, 법인 및 3주택자 이상은 12%로 상향 조정된다.
다주택자들은 종부세와 양도세 폭탄에 이어 취득세 인상까지 앞두자 자녀와 부부에게 증여를 서두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과 강남구 압구정동 등 강남권 중개업소에 이같은 전화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달 증여 건수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에서 올들어 지난 5월까자 증여 건수는 69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39건)보다 49.1% 증가했다.신만호 압구정 중앙공인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내년 6월 양도세 중과와 다음달 취득세 인상 앞두고 주변 관계인이나 가족에 증여를 알아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취득세 인상 전 잔금 앞당겨
시장에선 정부의 취득세 인상 적용 시점을 놓고 잔금을 앞당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7월10일 이전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주택은 제도가 시행된 이후 3개월(분양은 3년) 이내 잔금을 치르고 취득하면 종전 취득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3개월 안에 잔금을 치르려 매도인에게 급하게 요청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잔금을 3개월 안에 치를 수 없는 예비 매수자는 정부 조치로 날벼락을 맞게 됐다. 서울에 한 아파트를 구매한 B씨는 “거주할 집을 마련할 시간을 달라는 매도인이 사정에 내년 2월에 잔금을 치루기로 했다”며 “규제 시행일 3개월 내 잔금 건만 종전 규정이 적용돼 취득세 폭탄을 맞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아파트에서 빌라·다세대나 오피스텔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양새다. 그동안 아파트 취득세는 주택가격에 따라 1~3% 기본 세율이 책정됐고 오피스텔은 구매가격의 4%가 적용됐다. 하지만 취득세가 인상되면 상대적으로 오피스텔 구입 비용이 적게 느껴진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등 수도권에서 오피스텔 거래량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에서는 6101건의 거래가 발생해 지난해 상반기(4283건)에 비해 42.4% 증가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투자자들에게 오피스텔 취득세가 저렴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양도세 종부세 강화로 빌라나 오피스텔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