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지난 18일 경기 포천 일동면의 한 양돈농장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지난 18일 경기 포천 일동면의 한 양돈농장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부동산 대책, 주식 양도세 부과, 수술실 폐쇄회로TV(CCTV) 도입 등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선명성’ 부각에 나섰다. 지난 16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이 지사가 대권을 겨냥한 ‘광폭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쉬시는 곳에 형님과 함께 인사드리러 왔다”며 양친의 묘소를 찾은 사진을 올렸다. 그간 이 지사의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 돼온 가족 문제와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부동산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공격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공급 확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당정이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검토 중인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사실상 반대했다. 17일에는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법안’을 언급하며 “환영한다”고 했다. 그는 “고위 공직자의 재산 증식을 허용하면서 공정한 부동산 정책의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재검토 지시와 관련 “문 대통령께서는 ‘개미 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해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시하셨는데 국민의 수용성을 고려한 정책 추진을 강조하신 대통령님의 말씀을 관료들이 꼭 귀담아듣길 바란다”고 했다.

이 지사는 국회에 입법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여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민간병원 수술실에 CCTV 설치 의무화 법제화를 요청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들이 안심하고 수술받을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라고 호소했다.

정치권은 이 같은 이 지사의 광폭 행보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여당의 차기 대선 선호도 1위인 이낙연 의원(전 국무총리)의 대세론에 맞서 이 의원의 상대적 약점인 선명성을 전면에 내세워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족쇄가 풀린 이 지사가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본인의 강점인 선명성을 내세우면 1위 주자인 이 의원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