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 삼국지’는 2금융권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이 신용카드업계로 진출하기 위한 공세를 끊임없이 펼치면서다. 카드회사들은 1700만 명이 가입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플랫폼 토스의 파괴력을 이미 절감했다. 신용카드 회원 확보를 위해 토스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졸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번에는 카드업계와 정보기술(IT)업계가 소액 후불결제 사업 범위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각종 온라인 페이 시스템에서는 사전에 돈을 넣어둔 만큼만 결제가 가능했다. 앞으로는 몇십만원은 외상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들은 IT기업에 신용카드 기능을 넘겨주는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다음주 발표할 디지털금융종합혁신방안을 통해 간편결제 계좌에 충전금이 있으면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소액 후불결제는 충전한 돈이 없더라도 빚을 내서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30만원짜리 가방을 사려고 하는데 카카오페이 계좌에 충전금이 15만원밖에 없으면 나머지 금액을 빌려서 살 수 있다.

카드업계는 이런 방안이 IT기업에 신용카드사업을 열어주는 정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간편결제 계좌에 충전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고는 하지만 1원만 넣어두면 신용 한도까지 빚을 내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소액 후불결제 사업은 충전금 잔액을 전제하고 있어 선불결제에 대한 ‘보충적’ 결제 수단으로 도입되는 거라고 하지만 실상은 신용카드업 진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소액 후불결제의 한도가 너무 크다고 주장한다. 당국은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참고해 소액 후불결제의 신용 한도를 설정할 예정인데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는 30만원이다. 금융권은 당국이 최대 50만원까지 신용 한도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신용카드 1장당 평균 사용액이 60만원”이라며 “신용 한도를 50만원으로 주면 카드사들은 IT업계와 직접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