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TF)’가 50개 주 중 18개 주를 ‘레드존(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사실상 봉쇄령 부활을 권고하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시민단체인 공공청렴센터는 백악관 TF가 지난 14일 작성한 359쪽 분량의 비공개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17일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보고서는 미국 내 인구 1·2·3위 주인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를 비롯해 앨라배마 아칸소 애리조나 아이오와 아이다호 캔자스 등 18개 주를 코로나19 레드존으로 지정했다. 레드존은 직전 1주일간 인구 10만 명당 100명 이상의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발생한 지역으로 정의했다. 레드존에선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술집·체육관 폐쇄, 10명 초과 모임 제한 등 사실상 봉쇄령 수준의 방역조치 부활을 권고했다.

CNN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행사에서 경제활동 재개와 학교 정상화를 주장했지만 TF 보고서는 재개 조치 철회를 권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TF 보고서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각 주와 지방정부가 경제 봉쇄를 완화하면서 최근 미국에선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집계를 보면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16일 7만1406명, 17일 7만6403명, 18일 6만6026명으로 7만 명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4월 1차 정점 당시 기록한 3만6000여 명의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하루 사망자도 16일 927명, 17일 963명, 18일 879명으로 900명 안팎에 달한다. 누적 확진자는 370만 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도 14만 명을 넘어섰다. 타격이 심한 지역에서는 응급실과 시체안치소에 자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5차 경기부양책에 코로나19 검진비를 반영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코로나19 검진은 지방정부 몫으로, 연방정부 재정을 투입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검진이 늘면 확진자도 증가한다며 광범위한 검진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어 보이게 하기 위해 검진을 줄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8일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5만9848명을 기록, 또다시 신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전 사상 최고치는 17일 기록한 23만7743명이었다. 미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 확진자는 1400만 명을 넘어섰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