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팬 북적…코로나 이후 주요 발레단 첫 대면공연

지난 18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오후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많은 관객이 극장 출입문 앞에 모여 있었다.

문 앞은 QR코드를 활용해 문진표를 작성하는 인파로 분주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올해 첫 작품 '오네긴'을 보기 위한 인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주요 발레단의 발레 작품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만나는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오후 7시 정각에 막이 오를 예정이었지만 QR코드 작성 등으로 입장이 더뎌지면서 예정보다 10분가량 늦게 공연이 시작했다.

본 공연에 앞서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이 '오네긴'의 특징에 대해 동작을 곁들여가며 간략하게 설명했다.

문 단장은 "고전발레와는 다른 극적 요소가 강한 작품으로 미니멀리즘적인 무대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공연리뷰] 드라마 발레의 걸작 '오네긴'
'오네긴'은 알렉산데르 푸시킨(1799~1837)의 장편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드라마 발레의 대가 존 크랑코(1927~1973)가 안무한 작품이다.

쿠르트 하인츠 슈톨제가 차이콥스키의 곡 28곡을 편곡해 발레 음악으로 재창조했다.

1965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세계 초연했으며 영국 로열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볼쇼이 발레단, 라스칼라 발레단 등 세계적인 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를 잡았다.

'오네긴'은 드라마 발레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발레는 소설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따라간다.

병적으로 자존심 강한 젊은 귀족 오네긴과 그를 사랑하는 순진한 여인 타티아나의 운명적인 사랑을 담았다.

[공연리뷰] 드라마 발레의 걸작 '오네긴'
제정 러시아의 한적한 시골 마을.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젊은 귀족 여성 타티아나는 여동생 올가와 함께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

하지만 모든 게 시시하다.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빛나는 사랑을 꿈꾸는 그는 올가의 남자친구인 렌스키가 데려온 그의 친구 오네긴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화려한 군무나 시각적인 눈요기보다는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오네긴'의 가장 커다란 미덕은 대사 없이, 간단한 동작과 표정만으로도 주인공들의 감정을 관객들이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고뇌하면서 하늘을 훔치는 동작을 반복하고, 눈은 저 먼 곳을 응시하는 오네긴은 이상을 꿈꾸는 몽상가다.

또, 매사에 허리를 꼿꼿이 펴고, 냉소하는 표정을 짓는 그는 무척이나 자의식이 강한 인물로도 보인다.

반면 타티아나는 꿈꾸는 듯한 표정과 부드러운 동작 등을 통해 상냥하고, 선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1막에 나오는 거울 파드되(2인무)와 3막에 등장하는 회한의 파드되가 이 발레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일 것이다.

모두 오네긴과 타티아나가 추는 2인무인데, 1막에서 오네긴에 대한 타티아나의 일방적인 사랑이 중심이라면 3막에서, 그 상황은 드라마틱하게 역전된다.

특히 3막 엔딩장면에서 보여주는 타티아나의 단호하고 강렬한 동작은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겨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공연리뷰] 드라마 발레의 걸작 '오네긴'
1막과 3막의 파드되가 관객들의 몰입과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2막 무도회는 여러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어쩌면 이 발레의 내적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타티아나를 좋아하면서도 거절하고, 또 질투하고, 결국에는 이런 극단적인 감정변화로 인해 가장 친한 친구에게 총을 겨누는 오네긴의 복잡한 성격이 여러 춤이 교차하는 무도회 장면 속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주지만 간혹 어느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비장하다.

혁명의 시대였던 1960년대 만들어진 작품치고는 고전적인 느낌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다소 보수적인 작품이라는 느낌도 든다.

26일까지. 관람료 4만~10만원. 공연시간 140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