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말(침방울)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가는 부르지 않았으면서 기미가요만 예외적으로 제창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대응을 한 학교가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도쿄에 있는 도립 중학교·고등학교·특별지원학교 등 253개 학교가 올해 3월 실시된 졸업식에서 빠짐없이 기미가요를 제창한 것으로 각 학교가 교육위원회에 보낸 보고서에서 확인됐다고 도쿄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말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졸업식 때 교가나 다른 노래를 단체로 부르는 계획을 포기한 학교도 있었지만, 기미가요는 예외 없이 제창했다.
본격적인 졸업식 철에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국 학교의 일제 휴교를 요청한 후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비말 감염을 막기 위해 졸업식 때 노래를 하지 않는 방안에 관한 문의가 이어졌다.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졸업식 행사 때 노래를 부르는 것에 관해서는 현장의 판단에 맡긴다는 취지의 뜻을 올해 2월 28일 표명했다.
하지만 교육위는 직접 관할하는 도립학교에는 '국가 제창을 한다는 방침에 변경은 없다'고 통지했고 결국 각 학교가 빠짐없이 기미가요를 제창한 것으로 보인다.
졸업식 때 기념 합창 등을 취소했으면서 기미가요는 부른 학교들이 있었다.
한 도립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골라서 연습한 합창도 취소했다.
어차피 부르는 것인데 기미가요가 아닌 애착이 담긴 곡을 부르게 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며 "학생의 건강보다 기미가요를 우선한 것이다.
명확하게 군국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도립 학교 교사는 "(비말 감염을 피하려고) 졸업생 이름을 한명씩 호명하는 것도 하지 않는 학교도 있었는데 기미가요는 불렀다.
이상하지만 도 교육위원회에서 시키면 관리직은 거스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들이 상식에 어긋나는 대응을 한 것은 기미가요와 관련해 그간 당국이 강압적 대응을 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미가요 가사는 '임의 치세는 천 대에 팔천 대에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라고 돼 있다.
도쿄신문은 이런 가사가 "천황 시대의 영속"을 기원하는 것이며 군국주의 색채가 남아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학교 행사에서 기미가요 제창 때 기립하지 않는 방식으로 저항의 뜻을 표명한 교직원들이 있었는데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2003년 10월 기립과 제창을 강제하는 이른바 '10·23 통지'를 하달하고 이에 따르지 않는 이들을 징계해왔다.
요토리야마 요스케(世取山洋介) 니가타(新潟)대 준교수(교육정책)는 "수백명이나 징계처분한 결과다.
부르지 않는 것이 합리적임에도 위축돼 판단을 못 하는 교육 현장의 '사고(思考) 정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논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