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부터 사흘째 부동산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추 장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부터 사흘째 부동산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추 장관은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금융과 부동산이 한 몸인 것"이라며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하는 21세기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한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흘 연속 부동산 정책 관련 메시지를 던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추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부 입장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추 장관이 부동산 문제의 책임을 금융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추 장관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추미애, 사흘째 '부동산' 관련 발언

20일 추 장관의 페이스북을 보면 그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전한 것은 지난 18일부터다.

추 장관은 18일 페이스북에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금융과 부동산이 한 몸인 것"이라며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 이후 부패 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땅 장사를 하고 금융권을 끌어들였다. 금융권은 기업의 가치보다 부동산에 의존해 대출했다.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하는 21세기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한다"고 썼다.

야당을 중심으로 '왜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 문제에 나서느냐' '희한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을 뜻하는 속어) 이론'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추 장관은 멈추지 않았다.

전날 그는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며 "은행이 돈을 푸는 과정(신용창출 확장 과정)에서 신용의 대부분이 생산활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토지자산을 구매하는데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부동산 훈수에…금융권 "정책따라 대출했는데 우리 탓?"
그러면서 "상업부동산 담보대출과 가계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돈이 풀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이 시장을 흔들고 경기변동을 유발하고 있다"며 "은행이 땅에서 손을 떼야 주거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이날도 "부동산이 투전판처럼 돌아가는 경제를 보고 도박 광풍에 법무부 장관이 팔짱 끼고 있을 수 없듯 침묵한다면 도리어 직무유기 아닌가"라며 "부동산에 은행 대출을 연계하는 기이한 현상을 방치하면 안 되는 것은 자산 가치가 폭락하는 순간 금융위기가 올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말 아끼는 금융권…'책임만 돌린다' 불만도

추 장관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금융권은 말을 아끼고 있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올리고 있다는 원인이 금융 자금 때문이라는 비판을 전부 수용하긴 힘들다"면서도 "신용대출이나 사업자 대출이 주택구입에 부적적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읽힌다"고 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정부 정책에 맞춰 자금만 공급하는 은행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발언"이라는 비판도 있다. 4대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은행은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대출을 취급하는데 '은행이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건 선후관계가 맞지 않다"며 "사기업인 은행을 지적할 게 아니라 금융당국의 정책의 타당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부동산 훈수에…금융권 "정책따라 대출했는데 우리 탓?"
금융위 관계자는 추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금융 자금이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위원인 추 장관이 국가 정책에 의견을 표명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은행 자금에 대한 원론적인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윤진우/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