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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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데이터 산업 발전을 후퇴시키는 독소 규제"라는 비판이 커지자 업계 의견을 대폭 수용한 재개정안을 내놨다. 늦게나마 규제 개선이 이뤄진 건 다행이지만 지난 4개월간불필요한 혼란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개인정보 처리 관련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은 그대로여서 향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행정안전부는 기업의 개인정보 활용 지침 등을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14일 재입법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데이터 산업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임에도 한국은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이 어려워 발전이 더더뎠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처럼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비식별' 조치를 한 가명 정보는 개인 동의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1월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한 '데이터 3법'이 이런 방향으로 개정돼 업계 숙원이 풀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가 또 나타났다. 행안부가 개인정보 이용 세부 지침을 담은 시행령에 각종 독소 규제를 담은 것이다. 업계에선 "이대로 통과되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일부 독소 규제는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행안부는 시행령 개정안을 다시 손보기로 했다.

가장 크게 고친 것은 독소 조항으로 꼽혀왔던 14조의2항이다. 개인정보 추가 이용에 대한 규정을 담은 조항이다. 가령 온라인 게임업체가 게임을 이용하려고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에게 게임 캐릭터 관련 상품 출시 등을 안내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개정안 초안은 추가 이용이 △정보 주체와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것 △개인정보의 당초 수집 목적과 상당한 관련이 있을 것 등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 네 가지나 돼 까다로울 뿐 아니라 '제3자'는 사실상 다른 모든 소비자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추가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당한'이란 용어도 모호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행안부는 '네 가지 조건을 고려한다'로 조문을 고치고 상당한이란 용어와 제3자 이익 침해 규정을 삭제했다. 이외에 29조의5항에 한 번 사용한 가명정보를 즉시 파기하도록 한 규정도 없앴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국장은 "시행령 수정으로 데이터 활용의 자율성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면서도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한 과도한 형사 처벌 등은 …추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