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 8인 '고딕 스릴러'로 뭉쳤다
강화길 손보미 임솔아 천희란 최진영 등 한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젊은 여성 작가 8인이 테마 소설집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은행나무)로 뭉쳤다. 이번 소설집은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최근 n번방 사건까지 일련의 성 관련 범죄를 경유하며 생긴 여성들의 ‘불안’을 작가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시공간 속에서 형상화했다. 인간 심리를 세밀히 파헤치는 ‘고딕 스릴러’라는 공통된 분위기를 통해 삐뚤어지고 거친 인물들의 마음을 다소 괴기스럽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전달했다.

강화길 작가의 ‘산책’은 죽음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화자로 삼아 여성의 불안을 직간접적 죽음의 경험과 연관시켜 풀어냈다. 마치 영매 같은 그 목소리는 ‘나’와 어머니인 영소, 영소의 친구인 종숙 언니와 그 언니의 어머니까지 3대에 걸친 여성 가족사를 써 내려간다. 종숙 언니의 어머니가 낡은 집을 팔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며 그릇된 시선을 욕망하는 여성을 차가운 문체로 서술한다.

손보미 작가가 쓴 ‘이전의 여자, 이후의 여자’는 1930년대 지어진 2층짜리 고택에 가정교사로 들어간 여자가 겪는 기묘한 이야기다. 고딕 스릴러의 전통에 맞게 중세풍 공간에서 벌어진다. 100년 가까이 된 고택에서 풍기는 음침함과 어두움에 대한 꼼꼼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소설 막판에 드러나는 화자를 전면에 내세워 여성의 히스테리에 대해 조명했다.

임솔아 작가의 ‘단영’은 비구니 효정이 주지로 있는 ‘하은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히스테리는 남성 중심 사회를 상징하는 저택, 사찰, 숲 같은 거대 공간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이 시대 사회적 약자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불안의 근원을 보여준다.

여덟 편의 소설은 이 시대 여성들에게 불안이란 감정이 중첩되는 이유가 언어 속에 은폐된 촘촘한 심리적 착취 메커니즘 때문이라는 점을 그들만의 음산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