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9년 지정 196점 공개
삼국사기 등 국보 승격 기록물
김득신 '풍속도 화첩' 등 예술품
묘법연화경 목판 등 불교문화재
역대 최대 규모…온라인 전시도
두 작품은 두루마리 그림에다 험준한 산과 기암절벽 등을 탁월하게 묘사한 산수화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뚜렷한 차이점도 있다. 이백이 촉으로 가는 길의 험난함을 ‘하늘 오르기보다 어렵구나(難於上靑天)’라고 했듯이 촉잔도권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 강산무진도에는 사람이 장면마다 빠지지 않는다. 두 그림을 비교하며 산 위 마을과 아랫마을을 연결하는 도르래, 폭포, 기암절벽, 동굴, 산봉우리, 산과 산을 연결하는 작은 다리, 산골짜기 마을 등을 찾아보노라면 마치 험준한 산속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46억 화소로 스캔한 강산무진도가 전시실 벽 전체에 높이 3.5m, 길이 32m로 펼쳐져 감동을 배가한다.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 기획해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1일부터 9월 27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는 국내 전시회 사상 국보와 보물이 가장 많이 출품되는 전시다. 2017~2019년 새로 국보 및 보물로 지정된 157건 중 건축문화재와 중량이 무거운 문화재를 제외한 83건 196점을 공개한다. 국보가 12건 27점, 보물이 71건 169점이다.
전시는 기록유산을 선보이는 ‘역사를 지키다’, 예술작품을 보여주는 ‘예술을 펼치다’, 국보·보물의 절반이 넘는 불교문화재를 소개하는 ‘염원을 담다’ 등 3개 주제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국보로 승격된 옥산서원 소장 ‘삼국사기’(국보 제322-1호)와 연세대 소장 ‘삼국유사’(국보 제306-3호), 조선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의 역사를 기록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된 ‘조선왕조실록’(국보 제151호) 등 다양한 역사기록물이 출품된다. 조선 시대 인쇄 문화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송조표전총류 권6∼11’(보물 제1989호), 왕실 행사 기록화인 ‘기사계첩’(국보 제325호), 사대부의 얼굴을 묘사한 ‘최석정 초상 및 함’(보물 제1936호)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고려청자를 비롯한 공예품, 회화, 글씨 등을 선보이는 2부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한 보물 22건이다. 여인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묘사한 ‘신윤복 필 미인도’(보물 제1973호), 천재 화가 김홍도의 원숙한 기량을 보여주는 ‘김홍도 필 마상청앵도’(보물 제1970호) 등이 무더기로 나왔다. 주최 측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한 국가지정문화재가 이처럼 한꺼번에 다량 대여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간송재단 소장 서화류는 3주 단위로 교체 전시된다.
고려 초기의 청자 제작 수준을 보여주는 ‘청자 순화4년(淳化四年)명 항아리’(국보 제326호), 고려 상형청자의 정수로 알려진 ‘청자 투각연당초문 붓꽂이’(보물 제1932호) 등 뛰어난 기술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고려청자도 만날 수 있다. ‘정선 필 풍악내산총람도’(보물 제1951호),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보물 제1987호) 등도 출품됐다.
3부에서는 개인과 왕실의 안녕에 대한 염원을 담은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 중 가장 오래된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국보 제327호), ‘월인천강지곡 권상’(국보 제320호),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불경 인쇄를 위해 사찰에서 새긴 목판들과 불화 등이 소개된다.
정부 방침에 따라 22일부터 재개되는 현장 관람은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되며, 오전 10시부터 2시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한다. 2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와 SNS에서 온라인 전시가 병행되고, 네이버TV와 다음갤러리 등에서도 주요 전시품을 소개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