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권(주식·채권 합계) 결제금액이 1500억달러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해외증권 투자 1500억弗 '사상 최고'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투자자(개인과 기관 합산,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는 제외)의 해외 증권 결제금액(매수·매도 합계)은 142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기 해외 증권 결제금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상반기(840억6000만달러)에 비해서는 69.5% 늘었고, 직전 반기(871억5000만달러) 대비로는 63.4%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미국(742억3000만달러)이 유럽(597억2000만달러)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유럽 492억5000만달러, 미국 332억8000만달러로 유럽이 크게 앞섰다. 채권 투자에서 유럽(486억8000만달러)이 미국(151억4000만달러)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도 이런 흐름은 지속됐지만 주식에서 미국(623억4000만달러)이 유럽(3억4000만달러)을 압도하며 합산에서 크게 앞섰다.

종목별로 보면 이 기간 미국 기술주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미국 전기차 종목 테슬라에 대한 결제금액이 40억600만달러로 1위에 올랐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28억700만달러, 애플 26억8100만달러, 아마존 24억2300만달러 등이었다. 미국 나스닥100지수의 일일 등락률을 세 배만큼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ETF)는 22억7100만달러로 5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 쏠림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변화가 더 빨라지기는 했지만 이전부터 비대면 경제활동은 일반화되고 있었다”며 “이번 사태가 잦아들어도 기술주가 득세하는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성장주의 가능성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