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가 업무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PC로 보고를 올리고 결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교체했다. 내년 사옥을 이전하면 자율좌석제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애자일(민첩한) 조직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변화 이끄는 글로비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달 말 디지털 업무 시스템 ‘지스퀘어’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현대글로비스 임직원이 ‘비대면으로 협업하는 광장’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외 전 직원의 업무환경을 통합한 게 특징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현대글로비스 임직원은 노트북과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 모든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대면 만남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온라인과 모바일로 할 수 있게 됐다. 문서 작성 및 저장, 화상회의, 채팅 등 업무에 필요한 모든 일을 이 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오프라인 회의를 대폭 줄이고 화상회의로 대체할 계획이다. 외근 중인 직원은 스마트폰으로 참여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전면 자율좌석제를 도입한다. 내년 상반기 사옥을 이전하는 시점부터다. 사옥을 옮기는 김에 사무실 공간 자체를 스마트하게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모든 직원이 필요에 따라 수시로 자리를 옮길 수 있도록 개인 좌석 자체를 없애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자율좌석제와 모바일 업무 시스템 등은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에서 조직문화 및 업무방식 개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직원들의 직급 및 호칭을 통합했다. 사원~부장 등 5단계로 나뉘는 호칭을 매니저와 책임매니저로 정리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보다 5개월 전인 4월부터 이 같은 체계를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중 가장 최근인 2001년에 설립되다 보니 젊은 직원 및 경력직이 많다”며 “조직 문화가 젊고 개방적이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6.7년으로 현대차(19.1년) 현대모비스(13.3년) 등보다 압도적으로 짧다.

삼성도 일하는 문화 바꾼다

업무문화 혁신은 최근 국내 주요 기업이 고민하는 화두 중 하나다. 삼성전자도 이날 자율좌석제를 확대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총괄 B2B(기업 간 거래)영업팀 일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9월 말까지 자율좌석제를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자율좌석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동료의 좌석 선택 자율성 존중하기 △동일 좌석을 장기간 이용하지 않기 △사전 약속된 시간에 회의하기 등의 규칙도 마련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율좌석제 도입으로 수직적 조직문화를 벗어나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며 “자율적인 근무 분위기 속에서 업무 효율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자율좌석제 도입과 함께 생활가전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등 일부 부서에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마케팅 등 일부 직군이 대상이다.

도병욱/황정수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