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 메시지에 여론 악화도 부담
그린벨트 혼선 매듭…文대통령, 총리 의견 듣고 결단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논란이 20일 일단락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주례회동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보존해 나가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다.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배경에는 이 사안을 둘러싼 당정청의 메시지 혼선 장기화가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그린벨트 이슈는 지난 2일 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긴급 호출해 특단의 아파트 공급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서 시작됐다.

이에 당정 일각에서 그린벨트 해제 카드가 거론되자 곧바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던 중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해 논란이 확대됐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고 말을 보탰다.

그러나 서울시에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등 잠룡들이 반대론 또는 신중론을 펴는 등 엇박자 양상이 계속됐고, '여권 내에서도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은 점차 거세졌다.

야권의 공세도 이어졌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은 누구 말을 듣고 정책을 신뢰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비판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가세했다.

문 대통령과 정 총리의 이번 결정에는 여론이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고려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7일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응답은 60.4%에 달했다.

찬성 응답은 26.5%에 그쳤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 총리가 적극적인 조율 역할을 한 점도 눈에 띄었다.

정 총리는 최근 홍 부총리나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등에게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이라는 뜻을 전달한 데 이어 전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그린벨트 해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공식화했다.

이 때문에 전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는 그린벨트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정 총리는 통일된 '반대' 의견을 들고서 이날 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