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금융당국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홍콩 탈출을 계기로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황톈무 대만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글로벌 증권사들이 속속 기존 대만 지점을 확대하거나 새롭게 사무소를 내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회사 이름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아시아 금융허브로 꼽히는 홍콩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민주화 시위에 따른 정치적 불안 등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싱가포르와 상하이, 도쿄 등이 아시아 금융허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황 위원장은 “대만은 홍콩뿐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로부터 자본과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홍콩에서 이탈하는 글로벌 기업과 인력을 유치해 인구 감소, 숙련자 부족 등의 경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최근 홍콩 시민을 타깃으로 하는 이민 조건 완화를 위한 전담 사무소도 마련했다. 올 5월까지 홍콩에서 온 이주민은 3000여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금융당국은 글로벌 은행을 유치하기 위한 대규모 규제 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조세피난처에 등록한 자산을 대만으로 쉽게 이전할 수 있도록 해외 계좌의 대만 송금 제한부터 철폐한다는 계획이다.

대만 금융위는 또 스타트업 등이 미국 나스닥과 대만 증시에 교차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해외 보험사의 대만 증시 투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 자격을 완화하는 보험업법 개정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