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 보유자 등이 낸 재산세가 11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고액 자산가뿐 아니라 1주택자 등 평범한 서민의 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올해 재산세 증가율도 작년 못지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부동산 세금 인상 정책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고통을 정부가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산세 10%나 더 거둬

행정안전부의 ‘2019년 지방세 징수 실적’에 따르면 작년 재산세 징수액은 12조67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조1450억원(9.9%) 늘어났다. 증가율은 2008년(17.0%) 후 가장 컸다. 2008년엔 전년 집값이 폭등한 영향으로 재산세가 급증했다.

재산세는 주택 보유자뿐 아니라 토지, 건축물 등을 갖고 있는 사람도 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토지나 건축물은 주택과 비교해 거래량이 많지 않아 가격 상승이 미미하다”며 “재산세 증가분의 대부분은 주택 보유자가 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재산세는 9억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만 내는 종합부동산세와 달리 집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내는 세금이다. 주택 보유자 가운데 84%가 1주택자다. 공동주택의 95%가 시가 9억원 미만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부동산 보유세 폭탄’은 고가주택 보유자뿐 아니라 서민들에게도 투하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최모씨는 “지난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6억원에서 6억8000만원으로 뛰어 140만원가량을 내던 재산세가 175만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지난해 재산세가 많이 뛴 이유는 1차적으로는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한다며 재산세 과세표준의 토대인 공시가격을 크게 높였다. 정부는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5.3% 올렸다. 전국 공동주택 매매가격 증가율(0.1%)보다 크게 높다. 특히 서울은 14.2%나 높였다. 작년 공시가격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아 정부의 재산세 수입 전망도 빗나갔다. 2018년 말 행안부는 2019년 재산세 징수액을 14조2709억원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는 이보다 1조1404억원 더 걷혔다.

지난해엔 종부세 징수액도 42.6% 급증했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보유세는 전년보다 14.5% 늘어난 15조3483억원으로, 2007년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큰 폭탄

전문가들은 올해는 작년보다 재산세가 더 많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공시가격을 작년보다 더 높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작년 5.2%에서 올해 6.0%로 올랐다. 서울은 작년 14.0%, 올해는 14.8%다.

‘세금 폭탄’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재산세는 7월과 9월에 나눠서 내는데, 서울시의 7월 부과분 재산세는 2조456억원으로, 작년 동월보다 14.6%(2625억원) 증가했다. 작년 7월 증가율(11.0%)보다 높다. 경기도의 7월 재산세 부과액도 1년 전보다 10.6% 뛰었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이촌동 한가람아파트(84㎡)를 보유한 1주택자는 재산세가 2018년 156만원에서 작년 201만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253만원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부가 보유세 인상 정책을 멈추기는커녕 더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부세는 1주택자에 적용하는 세율을 0.5~2.7%에서 0.6~3.0%로 올릴 방침이다. 내년부터 바뀐 세율이 적용된다. 다주택자 세율은 0.6~3.2%에서 1.2~6.0%로 강화한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역시 내년에도 강도 높게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민을 지원한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을 줘놓고 서민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세 부담을 늘리니 모순적”이라며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을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전 국민적인 조세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u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