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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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중소기업, 을(乙)의 눈물…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혹은 총선 공약집이나 당 관계자들 입을 통해 수시로 내뱉는 말들이다. 크고 강한 것은 악(惡)이요 작고 약한 것은 선(善)이라는 단순 이분법을 통해 편을 가르고 자신들은 늘 약자편에 있는 듯하며 대중의 환심을 사로 잡은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는 딴판인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의도가 정말 선한 것이었는지, 단지 대중의 눈을 잠시 속이려 했는지는 둘째치고 현 정부들어 결과적으로 약자를 울리는 정책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장 요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부동산 정책만해도 그렇다. 다주택자와 투기꾼들이 집값을 올려놓고 있다며 이들을 향해 온갖 세금과 규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그로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내집이 없는 무주택자나 평생 번 돈으로 1주택만을 갖고 있는 은퇴자들인 경우가 너무도 많다.

일단 현 정부들어 폭등한 집값 때문에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꿈은 더욱 더 멀어졌다.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값은 평균 4억5000만원 치솟았다. 현 정부들어 집값 폭등은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의 영향도 있지만 정부의 공급억제책도 이 못지 않게 집값을 올리는데 일조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많은 언론들이 "22번의 부동산대책에도 집값이 또 오른다"고 쓰고 있지만 "22번의 대책 때문에 집값이 또 오른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른다. 이 정부가 무주택자에 대한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치솟는 보유세로 이렇다할 소득이 없는 은퇴자 역시 "집 가진 게 죄냐" 며 길거리로 나서는 마당이다.

전월세 세입자를 보호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중인 주택임대차 보호법 및 주거기본법 개정안도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개정안의 골자는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금을 시도지사가 정하는 표준 임대료에 따르도록 하고 상한선 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자는 식이다. 전세 계약 기간도 기존 2년에서 최장 6년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같은 법 개정은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결과적으로 세입자를 더욱 곤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큰 맹점을 갖고 있다. 민주당 안대로 법개정이 이뤄지면 전세나 월세를 줬던 집주인들은 누구라도 앞으로는 주택 임대를 가급적 하지 않으려 들 것이다. 당연히 전월세 공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정부의 끝없는 부동산 규제와 집값 급등의 여파로 전세값이 불과 며칠 사이에 몇억원씩 뛰는 마당에 전세나 월세 물량마저 사라지게 만들면 도대체 집 없는 서민들은 어디서 안식처를 찾으란 말인가.

약자와 서민을 괴롭히는 정책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임시일용직, 특수고용직(특고) 등을 고용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얼핏 경제적 약자들이 실직하거나 소득이 감소하면 고용보험을 통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현실은 이와는 많이 다르다. 보험설계사, 캐디, 택배 기사 등 특고들이 이를 반대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특고직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보험료 부담을 느낀 보험사들이 재계약을 대거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골프장 캐디 역시 자유롭게 근무시간 선택을 하는 장점이 사라지고 보험료 부담에 많은 골프장들이 '노캐디' 시스템을 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 캐디들의 경우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 불가피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도 고용보험 편입에 반대하고 있다. 캐디들의 소득은 라운딩 횟수가 골프장에 모두 기록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팁을 제외하면 100% 노출돼 있다. 고용보험 대상이 되면 국세청은 눈에 훤히 보이는 캐디들의 소득에 더 이상 과세를 안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와중데도 또 오른 최저임금이 고용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줬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다. 인건비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은 임시직 근로자들부터 줄여나가기 시작했고 주 52시간 근로제 역시 최저임금과 함께 저소득층의 일할 기회를 박탈해왔다. 현 정부들어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크게 줄어 결과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된 것도 바로 잘못된 정책이 낳은 결과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강화하니 인근 전통시장 매출마저 덩달아 줄어드는 것이나 마트에 납품해온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타격을 입는 것도 약자를 위한 정책이 약자를 울리는 또 다른 케이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 단체교섭권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련법 개정을 추진중인 것도 유사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사회에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갑(甲)이자 악(惡),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을(乙)이자 선(善)이라는 이분법적 편가르기가 만연해왔다. 물론 프랜차이즈 본사 경영자 중 안하무인격으로 가맹점주를 대하는 수준 이하의 인간들도 있고 어떤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에 무리한 비용부담을 요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몇몇 사례를 일반화해 기본적으로 계약관계인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간의 관계를 노사관계로 인식해 가맹점주들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프랜차이즈 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다. 심지어 장사가 잘되든 안되든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최저 수익을 보장하는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돼 있다.

이런 과도한 규제가 가해지면 프랜차이즈 사업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가맹점주를 희망하는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이들이 고용하는 인력들의 일자리마저도 연쇄적으로 사라지게 될 게 뻔하다.

국민들이 매의 눈을 갖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견제해야 이유다. 정치권이 던지는 그럴듯하고 정의로워 보이는 구호와 모토 뒤에는 국민보다는 정치인들 스스로의 이해가 걸려 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점을 알고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해야 한다. 진부한 얘기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늘 선의로 포장돼 있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