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를 맞이해서 비대면, 뉴노멀 이라는 키워드를 자주 듣게 된다. 이러한 시대에서 스마트 시티와 블록체인 융합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경 스마트도시 최고경영자과정을 이끌고 있는 홍익대 윤주선 교수는 스마트 시티를 ‘정부의 탈중앙화, 도시권력의 개인화’ 라고 정의한 바 있다. 멋진 표현이다. 이 정의가 블록체인 철학과도 일맥 상통한다. 중앙화된 플랫폼 경제 시대에서 신뢰, 공유의 프로토콜 경제 시대로의 전환을 압축해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예로 들어보자, 조직의 데이타에서 개인의 데이터 즉 마이데이타(MyData)의 시대인 것이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마이데이타 사업 이야기가 대두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대세적 흐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에서 생성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스마트시티의 특성 상 개인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 때 보안성과 인증 효율성, 비용 절감효과 등의 특징을 가진 블록체인 기술(분산 ID 포함)과 마이데이타의 도입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그 적용 분야도 금융을 넘어 행정, 에너지, 시설물관리 등 공공 분야로의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다. 에스토니아에서는 국가차원의 블록체인 기술도입과 사회 전반적 적용이 진행되고 있으며, 두바이는 도시자체를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시티로 만드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가까운 중국은 블록체인 기술의 선도국가로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항저우 및 여러 도시를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시범도시로 구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민간의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전반적인 도시 혁신에 대한 부분은 미흡한 상황이다.
스마트시티에서 블록체인 적용 분야와 기술을 크게 3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스마트 시티 공간 정보 분야, 스마트 시티 인프라 관리, 블록체인 기반 도시 에너지 관리이다. 각 분야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스마트시티 공간정보 분야에 블록체인이 적용된 사례로 위치정보 인증과 관련된 공개규약인 FOAM(the Future of Proof Location)을 들 수 있다. FOAM에서는 CSC (Crypto-Spatial Coordinate)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반의 공개위치 표준을 제시하였다. GPS는 해킹위험이 있고, 자율주행차나 사물인터넷 기기를 활용하기 위한 물리적 주소가 부재한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FOAM에서는 오픈소스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 이 적용된 위치 표준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또한, 스마트시티는 통신망을 비롯한 기반시설인 인프라층, 인프라를 통해 각종 도시정보가 수집되는 데이터층,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서비스층의 3계층으로 구성되며 이를 스마트시티의 계층모델이라 한다. 이들 인프라, 데이터, 서비스들은 상호 연계되어 영향을 주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스마트시티에서는 인프라, 데이터에 대한 보안과 관리체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인프라 관리와 관련하여 블록체인 기술이 점차 적용될 것이다.
스마트시티에서 기후변화는 가장 핵심적인 이슈로 유럽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에너지와 관련이 있다. 에너지 공급과 관리가 중앙집중에서 분산형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스마트시티 에너지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 블록체인이 구축되면 에너지 사용정보가 분산원장에 기록되게 되고, 누구나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그동안 제한적으로 시행되어온 에너지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 계약을 통해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 할 수 있고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에 3가지 적용 분야 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스마트시티 블록체인 활성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보다 더 정비되어야 한다. 최근 데이터 3법 통과와 전자 서명법이 개정이 되어서 출발은 좋으나 이외에도 스마트시티 관련해서 더욱 혁신적으로 규제 개선을 해야 한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가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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