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FX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 업무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사설업체 난립으로 관련 투자자 피해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주의보를 발령했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는 전격적으로 업무 중단을 결정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FX마진거래 중개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우선 다음달 24일부터 FX마진거래를 위한 신규 계좌 개설 및 진입주문을 금지했다. 기존 계좌의 보유 잔액은 연말까지 모두 청산을 완료할 계획이다.

FX마진은 두 개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추구하는 일종의 장외파생상품이다. 최대 10배까지 레버리지(차입)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로 최소 1만달러(약 1200만원)의 개시증거금이 요구된다. 국내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는 통화도 하루 24시간 연중 무휴로 거래할 수 있어 직장인 등 개인투자자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FX마진거래에서 개인 비중은 99%에 달한다.

KB증권, FX마진 업무 중단…업계 촉각
코로나19 영향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지난 3월 이후 FX마진거래는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6월 개인들의 FX마진 거래대금 규모는 646억달러(약 77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402억달러)보다 60.7% 늘었다.

금융당국은 사설업체가 증권사에 개인의 증거금을 대신 납부해주는 ‘FX렌트’가 성행하면서 FX마진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일 사설 FX마진거래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 분야 전면점검 합동회의’를 열고 사모펀드·개인 간(P2P) 대출과 함께 사설 FX마진거래를 집중 점검 대상으로 선정했다.

KB증권 역시 FX마진 업무를 중단하는 이유로 ‘투자자 보호’를 꼽았다. KB증권 관계자는 “일반적인 장외파생상품 거래 상대방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반면 FX마진은 해외 중소형 업체가 많아 거래 위험성도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KB금융그룹 차원에서 ‘평판 리스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번 조치를 내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철저한 상품 심사로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대란’에서 비켜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증권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면서 다른 증권사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 FX마진 중개업무는 KB증권 이외에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7개 증권·선물회사가 취급하고 있다.

일단 나머지 증권사는 FX마진 업무 중단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FX렌트 등 불법업체 계좌 개설을 금지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개인이 국제외환시장에 참여하는 창구로 계속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