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휴업’ 상태였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정상화 궤도에 들어선다. 장기간 발목을 잡아 온 대주주 적격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최대주주로 비씨카드를 맞이함과 동시에 우리은행의 자회사가 된다. 케이뱅크가 오랜 시련을 딛고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 주식 초과보유 승인

숨통 트인 케이뱅크, 영업 정상화 속도 낸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정례 회의를 열고 비씨카드·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주식을 기존 한도 이상 보유하는 안을 승인했다. 비씨카드는 지난 4월 케이뱅크의 새 최대주주가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넘지 못한 기존 최대주주 KT로부터 지분 10%를 사들인 게 계기다. 이후 5월 케이뱅크 지분을 인터넷은행법상 최대 한도(34%)까지 늘리기 위해 금융위에 심사를 신청했다.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을 승인하면서 케이뱅크는 자본금을 대폭 확충하게 됐다. 이 회사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2392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1574억원 규모의 전환 신주 발행을 의결했다. 기존 3대 주주인 비씨카드·우리은행·NH투자증권이 대상이다.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이 영업 정상화 전략을 주요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등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주주는 오는 28일 주금 납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향후 다른 인터넷은행과 차별화된 영업 모델을 추구할 계획이다. 우선 은행권 최초 ‘100%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출시를 준비 중이다. 고도화된 신용평가 모형을 바탕으로 한 신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차별화 경영’ 성공할까

케이뱅크는 우리은행의 자회사(자은행)로 편입될 예정이다. 은행법상 은행이 특정 회사의 지분을 15% 넘게 취득하면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경영권이 없는 단순 출자 회사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케이뱅크에 대한 1631억원 규모의 증자안을 의결했다. 주금 납입을 마치고 나면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지분율은 26.2%가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주주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며 “은행법에 따라 절차상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두 은행의 직원들은 은행법 37조에 따라 회사 상호 간 대출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과 케이뱅크는 직원들에게 자회사 편입 전까지 대출을 정리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대출받은 직원들은 부랴부랴 타행 대환을 알아보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 증자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케이뱅크가 정상화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의 자은행이 되는 첫 번째 사례”라며 “케이뱅크가 오랜 시간 진통을 겪은 끝에 부활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금융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영찬/정소람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