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지 않기로 했지만 개발이 유력한 태릉골프장 역시 그린벨트여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존 가치가 떨어지는 3~5등급 그린벨트는 서울 전체 그린벨트 중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개발이 가능한 서울 그린벨트가 많지 않다는 점도 보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2016년 기준)에 따르면 서울 전체 그린벨트 중 3등급 이하는 21%(31.55㎢)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3등급 14%(21.03㎢) △4등급 6%(9.01㎢) △5등급 1%(1.50㎢) 등이었다. 1등급은 40%(60.1㎢), 2등급은 39%(58.59㎢)를 차지했다. 그린벨트는 1~5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이 환경적 가치가 가장 높고 5등급이 가장 낮다.

서울의 그린벨트 면적은 150.25㎢ 수준이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서초구가 23.89㎢로 가장 넓고 다음은 강서구(18.92㎢), 노원구(15.9㎢), 은평구(15.21㎢) 순이다.

그린벨트 개발 과정에서 총면적만큼 중요한 기준은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등급이다. 주택 공급을 위해선 보존가치가 낮아 개발지역으로 주로 활용되는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이들 지역은 이미 훼손돼 녹지라고 보기 어려운 곳이나 비닐하우스촌 등이 형성된 곳이 많아서다. 국토부는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이미 훼손돼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활용해 택지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최대한 활용한다고 해도 절대적인 면적이 크지 않고 대부분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집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린벨트 개발을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선 약 80%에 육박하는 1, 2등급 그린벨트 해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경우 시민·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미래 세대 자산을 훼손했다는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실제 유력 해제지역으로 손꼽혔던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일대는 3등급 이하 그린벨트가 적어 1만 가구 이상 공급이 어렵다는 분석이 많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곡동과 내곡동에서도 3등급 이하 그린벨트는 자투리땅에 그쳤다”며 “결국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서울 그린벨트는 많지 않았는데 설익은 논란 때문에 정작 중요한 ‘공급 타이밍’만 늦춰졌다”고 지적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