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비과세·감면 제도가 많아 상당수 개인과 기업이 납세 의무를 면제받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근로소득자의 38.9%, 흑자 법인의 18.9%가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일몰이 돌아오는 비과세 감면 제도의 72%를 연장하고, 중산층·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1조원 넘게 늘려주기로 했다.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한국이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에서 더 멀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54개 비과세·감면 항목 중 39개가 1~3년 연장된다. 연장된 항목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조차 폐지를 권고해온 것이다.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제도가 대표적이다. 기업이 고용·투자 등을 얼마나 늘렸는지는 묻지 않고 ‘중소기업이기만 하면’ 법인세를 최대 30% 깎아준다. 세금 혜택을 포기하기 싫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려는 ‘피터팬 증후군’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많았다. 세금 감면액은 올해 2조1311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는 ‘중소기업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이유로 또다시 제도를 2년 연장했다.

일반고속버스 요금 부가가치세 면제는 항구화됐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세액공제, 근로소득증대세제 등도 줄줄이 연장됐다. 15개 비과세·감면 항목은 종료되거나 재설계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