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이전)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의 역외생산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기업들이 대거 자국으로 돌아간 미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2일 ‘미국·유럽연합(EU)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리쇼어링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전경련은 미국 컨설팅업체 AT커니가 자체 개발한 ‘리쇼어링지수’를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 제조업 총산출 중 아시아 14개 역외생산국에서 수입하는 제조업 품목이 차지하는 비율의 변화를 활용한 지표다. ‘플러스’는 리쇼어링 확대, ‘마이너스’는 역외생산 의존도 증가를 의미한다.

미국의 리쇼어링지수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마이너스에 머물다 지난해 98로 반등했다. 전경련이 같은 방법으로 한국의 리쇼어링지수를 측정한 결과 지난해 지표는 -37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중간재나 완제품을 만드는 사례가 오히려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해외에서 부품이나 완제품을 만들어 자국에서 소비하거나 자국을 거쳐 해외로 재수출하면 리쇼어링지수가 내려간다”며 “지수를 보면 각국 기업들이 자국 유턴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개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아시아에 치우쳐 있던 글로벌 공급망을 분산시키는 데 성공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작년 제조업 총산출은 2018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아시아 14개 역외생산국으로부터의 수입은 7%(590억달러) 줄었다.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제조업 품목 수입이 전년 대비 17%(900억달러) 감소해 탈중국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중국을 이탈한 수입 중 140억달러가 베트남으로 흡수됐고 한국으로의 이전 효과는 미미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10년간 제조업 수입에서 중국 의존도가 연평균 7%씩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한국의 아시아 14개 역외생산국 수입 비중은 중국 60%, 베트남 12%, 대만 9% 등이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은 인건비와 법인세 부담이 크고 규제도 많다”며 “보조금 등 한두 가지 인센티브를 주면서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공장의 국내 이전뿐 아니라 중간재 수입의 국내 대체도 유턴으로 인정해 더 많은 기업이 제도의 혜택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