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에서 독일과 미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변수로 떠올랐다. 두 회사의 주요 고객인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의 포드가 SK가 패소하면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미국 정부에 우려를 나타냈다.

22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과 포드는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한 서류에서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들 간 법적 분쟁이 주요 전기차 부품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미국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ITC에 제기했다. 지난 2월 ITC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결정을 내렸다. 조기패소 예비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변론 절차 없이 10월로 예정된 최종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패소가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품과 소재를 미국으로 들여올 수 없게 된다. SK이노베이션과 계약을 맺은 뒤 미국 내 전기차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폭스바겐과 포드도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긴다.

포드는 “자사의 사업뿐 아니라 미국 소비자와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LG화학의 요청은 이런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폭스바겐도 “SK이노베이션과 맺은 계약이 파기된다면 일자리를 원하는 근로자와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ITC에 소송 결과에 우려를 전했다.

반면 GM은 ITC에 “지식재산권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하며 LG화학 편을 들었다. GM은 LG화학과 미국 오하이오주에 합작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주 주지사는 5월 ITC에 의견서를 내고 “SK이노베이션의 불공정을 시정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일자리를 최소 1100개 이상 창출할 LG화학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