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장에게 秋장관 답변 태도 항의 >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 국회의장에게 秋장관 답변 태도 항의 >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21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에서 여아가 격돌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남용 논란을 두고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정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그 과정에서 추 장관은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 “모욕과 망신은 삼가라”는 등 감정 섞인 발언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통합당 의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면서 장내는 야유와 고성이 이어졌다.

정 총리 “대통령, 입장 안낼 수도 있다”

22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를 주제로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초반부터 박 시장 사망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김태흠 통합당 의원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박 전 시장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 전 시장 등의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정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한다. 왜 입장을 내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전 시장 상황은 매우 안타깝지만, 대통령이 다른 국정을 보고 있어 말씀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통합당 의원 일부는 야유를 보냈다.

정 총리는 4월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현재 총리로서 정당의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에 대해 총리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는 “현재 수사도 하고, 고발도 이뤄지고 있어 제가 직접 확인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법·제도에 의해 밝혀질 건 밝혀지고, 누군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언성 높인 추 장관

추 장관은 야당의 십자포화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두 번째 질의자로 나선 김태흠 통합당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가) 박 시장 지지자들로부터 2차 가해를 받고 있다”며 “법무장관은 아들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떠들지 말라’고 말하던데 2차 가해자들한테 강력히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추 장관은 “이 사건의 진의와 제 아들을 관련시키는 질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질문에도 금도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추 장관은 의원 시절인 1996년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법안 발의에 참여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수사지휘권을 부당하게 행사하려 한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추 장관은 “그때는 검찰의 독립적인 수사가 확보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고, 오히려 그것을 깨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문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응수했다.

추 장관은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지난 20일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에 대해선 “야당의 권력 남용 아니냐”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김 의원을 향해 “모욕적이거나 망신을 주기 위한 질문은 삼가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추 장관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자 박 의장은 추 장관에게 “국민을 대표해서 하는 질문이니 정중하게 답변하라”고 주의를 줬다.

“남북관계, 현실적 어려움 많아”

정 총리는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과 보건의료 협력에 대한 김한정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보건의료 협력을 하면 좋겠는데 북한 측에서 호응하지 않고 있어 선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북한에서 방역 협력과 관련해 남쪽과 협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정확하게 정부 차원의 시그널은 없었다. 민간 차원 대화가 오가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대북 경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독자적인 협력에 대해서도 “유엔 제재 등을 존중하면서도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 국민들께 보고 드릴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임락근/하헌형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