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수석과 비서관급을 10명 안팎 교체하는 ‘중폭 이상’ 개편인사를 이르면 다음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인천국제공항 사태 등 주요 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이반을 반전시키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비서진 개편카드를 꺼내든 모양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 후 상황을 봐가며 후속 개각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 전반의 심각한 혼선을 수습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쇄신이 필요하고 인사개편도 주요수단이라는 점에 이의가 없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권에서 흘러나오는 교체 대상·기준 등 인사의 방향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민심이반을 촉발한 정책실패의 책임을 따지자면 경제팀이 가장 큰데도 교체대상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듯 부동산 정책이 중요한 상황이라 ‘유임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설명이 나오지만 동의하기 힘들다.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부총리, 국토교통부 장관 등 경제라인은 며칠 전 ‘그린벨트 해제’로 큰 혼선이 빚어졌을 때도 혼란을 증폭시키기만 했다. 경박한 무소신 행보로 총체적 난맥상을 초래한 당사자들에게 해법을 기대한다니 연목구어일 뿐이다.

경제팀은 자리를 보전하고 그 대신 ‘다주택 참모’들이 대거 교체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교체대상으로 언급된 민정수석은 다주택 해소 의지를 밝혀 다시 유임설이 돈다. 업무 능력과 무관한 다주택 여부가 주요 인사기준이라니, 국정 컨트롤타워의 인사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자괴감이 든다. 등가의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집’과 ‘직’을 맞교환하는 식의 코미디 인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들리는 대로 인사가 단행된다면 위기극복보다는 ‘보여주기’에 방점을 둔 면피성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정책이 종합적으로 다 작동하고 있다’는 엉뚱한 고집으로 무장한 경제팀에 대한 신뢰는 더 이상 추락하기 힘들 정도다.

부동산만의 얘기가 아니다. 정책조율도 창의적 해법도 없이 현금 살포에만 능한 현재의 경제팀으로는 대통령이 말한 ‘미증유의 경제 비상시국’을 헤쳐나가기는 역부족이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을 삼고초려하고 혼연일체가 돼도 극복할까 말까 한 비상상황이다. 청와대 개편이든 개각이든 최고의 경제팀을 꾸리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