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식
최강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에 대한 우려가 크다. 코로나 사태가 모든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고, 전 세계 모든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다. 정부는 경제안정화 정책에 치중하면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미래에 대한 준비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경제에서 안정과 장기적 성장은 모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3%대 성장도 달성하기 힘든 처지에 놓여 있다. 연간 성장률은 1980년대에 평균 9.5%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하락해 1990년대 6.9%, 2000년대 4.6%에서 2011~2018년 기간에는 3.0%로 하락했다. 성장률 수치가 지니는 의미는 산술적이지 않고, 기하급수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경제원론에는 ‘70의 법칙’이 있다. 연평균 10% 성장하는 경제는 7년 후면 그 경제 규모가 두 배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연평균 3.5% 성장하는 경제는 20년 후에, 연평균 2% 성장하는 경제는 35년이 지나야 비로소 두 배 규모가 된다. 연평균 성장률 1.5%포인트 차이가 단순히 연평균 소득 1.5%포인트의 차이가 아닌 것이다.

그럼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 나라의 경제성장은 그 나라의 생산 능력에 달려 있다. 생산 능력의 증가는 노동의 양과 질의 증가, 자본 투입의 증가를 통해 이뤄지고, 기술진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능력을 살펴보면 매우 비관적이다.

과거 우리 경제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노동과 자본의 투입 증가였다. 안 먹고 안 쓰고 저축했고, 장시간의 노동을 견디면서 일했기 때문이다. 기술진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았다. 과거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기적을 비판하면서 노벨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동아시아의 고도 성장은 기적이 아니라 잘못된 믿음이라고 호되게 비판한 적이 있다. 그 근거는 동아시아 네 개의 용들은 옛 소련의 경제발전 모형과 비슷했다는 것이다. 노동투입과 자본투입을 늘려서 경제가 성장한 것이지, 서구의 국가(일본 포함)처럼 기술발전으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가 높아서 성장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경제는 이 같은 모형도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다. 먼저 노동 투입량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극히 제한적이다. 인구 고령화,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 저조, 근로시간 주 52시간제 등으로 인해 양적인 투입 증가는 힘들어 보인다. 자본 투자 역시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과거보다 소비성향이 높아졌고,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자본 투자의 획기적 증가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총요소생산성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우리나라의 성장률 구성 요인별 성장 기여율을 보면 총요소생산성이 성장에 기여한 비율이 2000년대 41.8%에서 2010년대에는 24.8%로 하락했다. 과거보다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이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교육과 연구개발(R&D) 지출을 확대해 인력의 질과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이것을 행하는 주체는 대학과 기업이다. 대학교육은 우리 경제에 큰 기여를 해 왔다.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오는 기술개발도 교육과 연구를 통해 이뤄진다.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6G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기술, 자율주행차 등이 모두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것이다. 여기서 승리하지 못하면 별 희망이 없는 셈이다.

교육과 연구개발은 소위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존재하는 행위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만 그 결과는 남에게, 사회에 추가적으로 혜택을 준다. 따라서 교육과 연구개발에 대해서는 사회가 응원하고 지원해 줘야 한다. 이것이 대학과 기업의 기를 살려줘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