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차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1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11차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1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올해 2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해 분기 기준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8%) 후 최악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수출이 크게 감소한 여파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47조377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속보치로 잠정치와 확정치에서 수정될 수 있다.

전년 동기 대비 2분기 성장률은 -2.9%였다. 이 역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분기(-3.8%) 후 가장 낮았다. 성장률은 올 들어 1분기(-1.3%)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두 분기 연속 역성장한 것은 ‘카드사태’를 겪은 2003년 1, 2분기(각각 -0.7%, -0.2%) 후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수출이 성장률을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올 2분기 수출 증가율은 -16.6%로 1963년 4분기(-24.0%) 후 56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도 각각 -2.9%, -1.3%를 기록했다. 전 분기(-6.5%)에 큰 폭으로 줄었던 민간소비는 1.4% 늘었다.

수출 56년 만에 '최악'…"올 성장률 -2%대까지 추락할 수도"

올해 2분기 성장률(-3.3%)은 정부와 시장의 예상치를 밑돈다. 대체적인 전망은 -2%대 초중반이었다. 전망을 크게 밑도는 ‘성장률 쇼크’를 부른 것은 ‘수출 쇼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고 공장 가동을 중단한 여파로 수출 증가율은 5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올해 연간 성장률은 -2% 근처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 56년 만에 최악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3.3%였다. 국가 경제의 절반가량을 지탱하는 수출 급감이 경기를 ‘침체 국면’으로 밀어 넣었다. 통상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내면 침체로 본다.

올해 2분기 수출 증가율은 -16.6%로 1963년 4분기(-24%) 후 56년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되고 미국·중국의 갈등도 깊어지자 교역량이 급감한 여파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이 전년에 비해 13.5~36.2%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이 급감하자 기업은 투자를 줄였다. 올 2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2.9%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8.5%) 후 최저치다. 아파트 건설과 공장, 물류창고, 댐, 교량 등을 아우르는 건설투자 증가율은 -1.3%로 지난해 3분기(-6.4%) 후 가장 낮았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4%로 2015년 4분기(1.8%) 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 5월 정부가 14조3000억원 규모의 긴급 재난지원금을 풀면서 가계 씀씀이가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은 덕분에 정부 소비도 1% 늘었다. 3월 17일 1차 추가경정예산(11조7000억원), 4월 30일 긴급재난지원금 편성을 위한 2차 추경(12조2000억원)이 2분기 성장률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1·2차 추경이 성장률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3차 추경(35조1000억원)은 7월 3일 국회를 통과해 3분기 경제에 반영될 전망이다.

“올해 성장률 비관적 시나리오에 근접”

수출이 급감하면서 제조업도 역성장에 직면했다. 제조업 생산은 전분기에 비해 9% 감소했다. 1963년 2분기(-10.4%) 후 가장 크게 줄었다. 수출길이 좁아진 데다 공급망 훼손으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설비 가동률이 급락한 영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3.6%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62.8%)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1.1%를 기록했다. 서비스업 가운데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업종 생산은 3.4% 줄었다. 전 분기(-4.7%)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생산이 쪼그라들었다.

올해 성장률은 한은 전망치(-0.2%)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연간 성장률이 -0.2%를 달성하려면 3·4분기에 각각 3%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지표가 나빠지고 있어 이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달 1~20일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2.8% 감소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이 줄면서 기업 생산·고용이 감소하고 소비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성장률이 한은이 5월 제시한 ‘비관적 시나리오’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분기까지 늘고 확산이 장기화된다’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올해 성장률이 -1.8%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성장률이 -2%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올 경우 한국의 성장률이 -2.5%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