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 개발' 반대 나선 노원구 주민들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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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일대 주민들 "태릉골프장 개발은 악재…집값 하락 우려"
"교통체증에 시달릴 것", "임대아파트 반대" 국민청원 올리기도
구리에선 "태릉골프장으로 단절됐던 서울과 연결" 환영
"교통체증에 시달릴 것", "임대아파트 반대" 국민청원 올리기도
구리에선 "태릉골프장으로 단절됐던 서울과 연결" 환영
‘태릉골프장 택지개발 반대 청원합시다’, ‘태릉골프장 개발은 우리 지역에 악재입니다’…
23일 한 부동산 관련 카페에는 태릉골프장 택지개발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는 글이 여러건 올라와 있다. 서울 노원구 일대에선 태릉골프장 개발을 놓고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태릉 일대 난개발을 막는 일에 힘을 모아주세요’, ‘삽부터 뜨고 보는 태릉 난개발 막아주세요’ 등을 주장하며 SNS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태릉골프장 택지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녹지 보존’을 이유로 든다. 주민들은 “태릉골프장 대부분이 보존 가치가 높은 환경영향평가 2등급 이상의 땅인데 그린벨트를 보존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냐”며 “녹지 확보, 환경 보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의견은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올라와 있다. 글쓴이는 청원 내용으로 “태릉골프장은 반세기가 훨씬 넘는 서울 지역의 유일무이한 녹지공간”이라며 “노원구 등 주변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은 교육환경 발전과 녹지 보존”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현재 9350명의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게 현지의 얘기다. 겉으로는 '그린벨트 보존'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집값 하락을 우려해서라는 것이다. 노원구 Y공인 관계자는 "사실상 임대 아파트 대량 공급을 우려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소유 수도권 골프장에 공공임대주택을 짓자’라는 주택공급 토론회 소식이 알려지면서 반대여론은 더 커지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선 “태릉골프장 일대에 임대 아파트 2만가구가 들어설 수 있다”는 내용이 퍼지고 있다. 정부가 태릉골프장 부지에 어떤 주택 형태를 공급할 지 아직 발표한 바가 없지만 지역 내에선 임대 공급에 대한 소문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 T공인 대표는 “개발 지역에 임대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다는 소문이 어느 날부터 확산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노원구가 서민 동네로 전락하는 것이냐며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며 “원하는 내용의 개발이 아니라 재산 가치가 떨어질 것 같다고 생각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임대 아파트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아직 실체를 알 수 없는 소문이지만 지역 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역 간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내용이 엇갈리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노원구에선 택지개발에 대체로 반대하는 분위기지만 구리 갈매지구에선 반기는 추세다. 서울 내 지역과 서울 밖의 개발에 따른 이익과 인식이 명확히 다른 탓이다.
노원구에선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 등을 우려하고 있다. 노원구 공릉동에 20년째 거주하고 있는 주민 왕모 씨(48)는 “노원구에는 이미 인구와 아파트 수가 너무 많아 늘 상습적인 교통 체증에 시달린다”며 “이같은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이 곳에 2만가구를 짓는다는 건 기존 주민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노원구의 한 주민도 “이 지역은 왕복8차선인데도 막히는 상습정체구간"이라며 "별내지구 갈매지구 다산신도시 때문에 외곽순환고속도로 동부간선도로가 막히는 상황에서 아파트가 대규모로 추가 공급되면 인근 주민에게는 악재"라고 주장했다.
외곽지역이긴 하지만 서울지역으로서 이미 집값 상승 수혜를 이미 체감하고 있는 노원구에선 공급 폭탄 소식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노원 공릉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새 아파트가 한꺼번에 대규모로 들어서면 기존 구축 단지들의 집값 조정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더군다나 2만가구나 들어서니 거의 신도시 하나가 새로 생기는 셈인데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근 B공인 중개사도 "강남 집값을 잡겠다더니 왜 강북에 공급대책을 내놔 서민동네 집값만 들쑤시냐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구리에선 대규모 택지 개발로 서울과 아파트촌이 연결된다는 점을 호재로 보고 있다. 그간 서울 노원 공릉동과 구리 갈매역 사이에 위치한 태릉골프장에 가로 막혀 두 지역이 단절된 모양새였지만, 이번 택지 개발로 서울 노원과 구리가 인프라를 공유하고 주거 환경이 유사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 때문에 구리 갈매동 일대 집값은 들썩이는 중이다. 골프장 인근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 갈매역아이파크 전용 84m²는 현재 최대 9억원선까지 호가가 뛰었다. 7억5000만원에서 일주일만에 1억5000만원 가량 값이 뛴 셈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도심 고밀 개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 등 확실한 공급 대책은 내놓지 않고, 몇몇 지역만 찍어 부분적인 대안만 거론하는 탓에 주민 간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릉동 인근 K중개업소는 "정부가 정치권이나 청와대와 조율되지 않은 대책을 확정도 하기 전에 미리 거론부터 하면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주민들 간의 불안 심리만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보존을 결정한 가운데 국가가 소유한 태릉골프장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태릉 골프장은 규모가 83만㎡ 규모로, 아파트가 최소 2만가구 정도는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곳은 국군복지단이 관리하는 ‘태릉 체력단련장’을 말한다. 주소지를 서울로 하는 유일한 골프장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23일 한 부동산 관련 카페에는 태릉골프장 택지개발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는 글이 여러건 올라와 있다. 서울 노원구 일대에선 태릉골프장 개발을 놓고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태릉 일대 난개발을 막는 일에 힘을 모아주세요’, ‘삽부터 뜨고 보는 태릉 난개발 막아주세요’ 등을 주장하며 SNS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태릉골프장 택지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녹지 보존’을 이유로 든다. 주민들은 “태릉골프장 대부분이 보존 가치가 높은 환경영향평가 2등급 이상의 땅인데 그린벨트를 보존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냐”며 “녹지 확보, 환경 보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의견은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올라와 있다. 글쓴이는 청원 내용으로 “태릉골프장은 반세기가 훨씬 넘는 서울 지역의 유일무이한 녹지공간”이라며 “노원구 등 주변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은 교육환경 발전과 녹지 보존”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현재 9350명의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게 현지의 얘기다. 겉으로는 '그린벨트 보존'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집값 하락을 우려해서라는 것이다. 노원구 Y공인 관계자는 "사실상 임대 아파트 대량 공급을 우려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소유 수도권 골프장에 공공임대주택을 짓자’라는 주택공급 토론회 소식이 알려지면서 반대여론은 더 커지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선 “태릉골프장 일대에 임대 아파트 2만가구가 들어설 수 있다”는 내용이 퍼지고 있다. 정부가 태릉골프장 부지에 어떤 주택 형태를 공급할 지 아직 발표한 바가 없지만 지역 내에선 임대 공급에 대한 소문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 T공인 대표는 “개발 지역에 임대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다는 소문이 어느 날부터 확산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노원구가 서민 동네로 전락하는 것이냐며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며 “원하는 내용의 개발이 아니라 재산 가치가 떨어질 것 같다고 생각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임대 아파트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아직 실체를 알 수 없는 소문이지만 지역 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역 간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내용이 엇갈리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노원구에선 택지개발에 대체로 반대하는 분위기지만 구리 갈매지구에선 반기는 추세다. 서울 내 지역과 서울 밖의 개발에 따른 이익과 인식이 명확히 다른 탓이다.
노원구에선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 등을 우려하고 있다. 노원구 공릉동에 20년째 거주하고 있는 주민 왕모 씨(48)는 “노원구에는 이미 인구와 아파트 수가 너무 많아 늘 상습적인 교통 체증에 시달린다”며 “이같은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이 곳에 2만가구를 짓는다는 건 기존 주민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노원구의 한 주민도 “이 지역은 왕복8차선인데도 막히는 상습정체구간"이라며 "별내지구 갈매지구 다산신도시 때문에 외곽순환고속도로 동부간선도로가 막히는 상황에서 아파트가 대규모로 추가 공급되면 인근 주민에게는 악재"라고 주장했다.
외곽지역이긴 하지만 서울지역으로서 이미 집값 상승 수혜를 이미 체감하고 있는 노원구에선 공급 폭탄 소식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노원 공릉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새 아파트가 한꺼번에 대규모로 들어서면 기존 구축 단지들의 집값 조정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더군다나 2만가구나 들어서니 거의 신도시 하나가 새로 생기는 셈인데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근 B공인 중개사도 "강남 집값을 잡겠다더니 왜 강북에 공급대책을 내놔 서민동네 집값만 들쑤시냐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구리에선 대규모 택지 개발로 서울과 아파트촌이 연결된다는 점을 호재로 보고 있다. 그간 서울 노원 공릉동과 구리 갈매역 사이에 위치한 태릉골프장에 가로 막혀 두 지역이 단절된 모양새였지만, 이번 택지 개발로 서울 노원과 구리가 인프라를 공유하고 주거 환경이 유사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 때문에 구리 갈매동 일대 집값은 들썩이는 중이다. 골프장 인근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 갈매역아이파크 전용 84m²는 현재 최대 9억원선까지 호가가 뛰었다. 7억5000만원에서 일주일만에 1억5000만원 가량 값이 뛴 셈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도심 고밀 개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 등 확실한 공급 대책은 내놓지 않고, 몇몇 지역만 찍어 부분적인 대안만 거론하는 탓에 주민 간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릉동 인근 K중개업소는 "정부가 정치권이나 청와대와 조율되지 않은 대책을 확정도 하기 전에 미리 거론부터 하면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주민들 간의 불안 심리만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보존을 결정한 가운데 국가가 소유한 태릉골프장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태릉 골프장은 규모가 83만㎡ 규모로, 아파트가 최소 2만가구 정도는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곳은 국군복지단이 관리하는 ‘태릉 체력단련장’을 말한다. 주소지를 서울로 하는 유일한 골프장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