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의존도 줄여라"…美, 리쇼어링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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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아서 허만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중고 몸살 앓는 미국 경제
코로나 확산에 中과 갈등 고조
中의약품·헬스케어 의존 낮춰야
아서 허만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중고 몸살 앓는 미국 경제
코로나 확산에 中과 갈등 고조
中의약품·헬스케어 의존 낮춰야
미국 경제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안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밖에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은 중국산 제품의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중국이 인공호흡기 같은 핵심 상품의 생산을 독식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경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미 의회에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수정하기 위한 법안이 62개나 계류돼 있다.
디커플링 전략이 효과를 보려면 미국은 해외에 있는 제조업체들을 하루빨리 미국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1960년대 제조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했다. 요즘은 이 비중이 11%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는 500만 개가 넘는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이 펼칠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후보들의 산업정책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미국산 재화와 제품 구매에 4000억달러, 핵심 기술 연구개발(R&D)에 300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해외 제조업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제조업 혁신과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안타깝게도 바이든의 전략에는 ‘중국’이 빠져 있다.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다. 이 전략이 성공을 거두려면 미 연방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단순히 수천억달러를 쏟아붓는 정책보다는 세금 혜택과 규제 완화, R&D 지원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미국이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와 세균을 활용한 공격을 받게 된다면 경제·군사적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의약품 및 헬스케어 제품 의존도를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방위산업을 살리는 일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2018년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사라진 방위산업 제조업체는 2만 개 이상이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중국으로 옮겨간 것으로 조사됐다. 희토류 금속부터 영구자석, 고급 전자부품, 인쇄회로기판까지 중국 방위산업에 대한 미 국방부의 의존도는 서서히 높아졌다. 아시아는 세계 회로기판의 90%를 생산하고 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다. 글로벌 회로기판 시장에서 미국의 생산 점유율은 5%로 떨어졌다.
미 연방정부는 애플과 같은 자국 첨단 제조업체가 생산과 공급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로봇부터 드론까지 미국은 차세대 제조 역량이 여전히 부족하다. 중국 드론 제조업체인 DJI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되는 상업용 드론의 80%를 생산하고 있다.
제조업 리쇼어링은 생산시설에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인력도 리쇼어링이 필요하다. 미 연방정부가 민간 부문 노동조합과 협력해 통합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노조에는 리쇼어링이 근로자와 기업, 국가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R&D 리쇼어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은 2015년 미 기업들이 꾸준히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시설 가까이에 부품업체, 엔지니어링 인재들을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강력한 제조업 R&D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을 넘어선 적극적인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미 연방정부는 국가 안보에 취약할 수 있는 분야의 기술부터 파악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로봇, 양자기술, 나노기술 등 모두 튼튼한 국내 제조기반이 필요하다.
연구와 엔지니어링 인력을 빠뜨린 리쇼어링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미 의회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코스를 밟고 있는 학생 중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출신은 70%에 달한다. 중국 출신 학생 대부분은 미국에서 교육받은 뒤 자국 방산업계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인 과학자와 엔지니어, 첨단기술 연구원들을 활발하게 양성하지 않는다면 중국으로부터의 디커플링은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쇼어링 전략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산업의 경우엔 일본과 한국, 인도 등과 강력히 협력해 견고한 공급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에 수입을 의존하고, 제2의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충격은 지금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중국으로부터의 분리, 제조업의 리쇼어링이 현재 미국에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려면 선거철에만 반짝하다가 공수표로 전락하는 공약이 아니라 일관성 있고 꾸준한 전략이 필요하다.
원제=Bringing the Factories Home
정리=박상용 기자 yorupencil@hankh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한경 독점제휴
디커플링 전략이 효과를 보려면 미국은 해외에 있는 제조업체들을 하루빨리 미국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1960년대 제조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했다. 요즘은 이 비중이 11%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는 500만 개가 넘는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이 펼칠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후보들의 산업정책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미국산 재화와 제품 구매에 4000억달러, 핵심 기술 연구개발(R&D)에 300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해외 제조업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제조업 혁신과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안타깝게도 바이든의 전략에는 ‘중국’이 빠져 있다.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다. 이 전략이 성공을 거두려면 미 연방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단순히 수천억달러를 쏟아붓는 정책보다는 세금 혜택과 규제 완화, R&D 지원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미국이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와 세균을 활용한 공격을 받게 된다면 경제·군사적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의약품 및 헬스케어 제품 의존도를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방위산업을 살리는 일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2018년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사라진 방위산업 제조업체는 2만 개 이상이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중국으로 옮겨간 것으로 조사됐다. 희토류 금속부터 영구자석, 고급 전자부품, 인쇄회로기판까지 중국 방위산업에 대한 미 국방부의 의존도는 서서히 높아졌다. 아시아는 세계 회로기판의 90%를 생산하고 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다. 글로벌 회로기판 시장에서 미국의 생산 점유율은 5%로 떨어졌다.
미 연방정부는 애플과 같은 자국 첨단 제조업체가 생산과 공급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로봇부터 드론까지 미국은 차세대 제조 역량이 여전히 부족하다. 중국 드론 제조업체인 DJI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되는 상업용 드론의 80%를 생산하고 있다.
제조업 리쇼어링은 생산시설에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인력도 리쇼어링이 필요하다. 미 연방정부가 민간 부문 노동조합과 협력해 통합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노조에는 리쇼어링이 근로자와 기업, 국가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R&D 리쇼어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은 2015년 미 기업들이 꾸준히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시설 가까이에 부품업체, 엔지니어링 인재들을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강력한 제조업 R&D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을 넘어선 적극적인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미 연방정부는 국가 안보에 취약할 수 있는 분야의 기술부터 파악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로봇, 양자기술, 나노기술 등 모두 튼튼한 국내 제조기반이 필요하다.
연구와 엔지니어링 인력을 빠뜨린 리쇼어링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미 의회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코스를 밟고 있는 학생 중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출신은 70%에 달한다. 중국 출신 학생 대부분은 미국에서 교육받은 뒤 자국 방산업계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인 과학자와 엔지니어, 첨단기술 연구원들을 활발하게 양성하지 않는다면 중국으로부터의 디커플링은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쇼어링 전략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산업의 경우엔 일본과 한국, 인도 등과 강력히 협력해 견고한 공급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에 수입을 의존하고, 제2의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충격은 지금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중국으로부터의 분리, 제조업의 리쇼어링이 현재 미국에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려면 선거철에만 반짝하다가 공수표로 전락하는 공약이 아니라 일관성 있고 꾸준한 전략이 필요하다.
원제=Bringing the Factories Home
정리=박상용 기자 yorupencil@hankh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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