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롯데카드가 임차인 A씨를 상대로 낸 대출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1월 롯데카드와 2년 동안 전세자금 7000여만원을 빌리는 대출 계약을 맺었다. A씨는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전세계약을 맺고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롯데카드와의 계약서에는 '대출 기간 종료로 대출금을 즉시 갚아야 할 때는 롯데카드가 요구하면 아파트를 LH에 즉시 명도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즉 대출 기간이 끝나면 A씨가 아파트를 넘기고서라도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2년 뒤 대출 기간이 끝났는데도 A씨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롯데카드는 대출 계약서에 써있는대로 아파트를 넘기고 대출금을 갚으라며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A씨에게 대출금 변제를 명령하면서 아파트도 LH에 넘기라고 판결했다. LH가 계약을 갱신하는 조건으로 보증금을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A씨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계약기간도 그대로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부동산 인도 부분을 파기했다. A씨가 대출금은 갚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살고 있는 아파트를 비울 의무는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은 A씨가 롯데카드에 '대출금을 못 갚으면 아파트를 임대인에게 넘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주거 생활 안정이라는 주택임대차 보호법 취지에 비춰 전세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은 또 A씨가 LH와의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지는 않았지만 LH가 계약 갱신 조건으로 제시했던 보증금 차액을 계약 기간이 끝난 뒤 모두 낸 사실에 주목했다. A씨에게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려는 뜻이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임대차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임대차 기간은 2년이 된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임대차 계약 갱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