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공매도 폐지 어렵다…시가총액 따라 금지 검토"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난 건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난 22일이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의욕을 살리는 방안이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증권거래세 인하 시기를 내년으로 1년 앞당기는 데 그쳤고, 폐지 시한은 나오지 않았다. 윤 위원장은 “농어촌특별세의 70%가 증권거래세로 충당되는 등 당장 완전 폐지를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주식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3선의 정책통

3선의 윤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정책통’으로 손꼽힌다. 당내 정책 컨트롤타워인 정책위원회의 수석부의장을 맡아 정부와 여당 간 정책 협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국회에 입성한 뒤 처음으로 정무위를 맡았지만,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윤 위원장은 최근 자본시장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공매도 폐지와 관련해 “공매도는 여러 안전장치를 둬가며 제도를 손봐온 만큼 제도 자체는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시가총액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종목은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거래소는 시가총액 30억홍콩달러(약 4700억원) 이상의 종목에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자 금융당국이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공매도 폐지 논란이 촉발됐다.

당장 오는 9월 공매도 재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위원장은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판 뉴딜 성공에 역할 할 것”

윤 위원장은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정무위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뉴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정부의 경제·산업 정책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나뉜다. 윤 위원장은 특히 디지털 금융 혁신 방안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인 2006년 만든 전자금융거래법으로 핀테크 산업을 규제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땜질식 개정으로 이어온 법을 전면 개정에 가깝게 손볼 것”이라고 했다. 애초 캐시백, 마일리지 등을 관리하기 위해 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은 핀테크의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윤 위원장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지급결제서비스를 이용할 때 신용카드가 없어도 일정 금액까지는 선구매 후결제를 허용하는 식으로 디지털 금융 규제를 혁신하겠다”며 “정무위원장으로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무위에서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사모펀드 규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허용 등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에서는 176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일방통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그는 “공정거래법을 손질하는 데 반(反)기업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법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다만 대기업들이 과도한 불안감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나부터 기업인과 소통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겠다”고 했다. 최근 잇단 사모펀드 환매 연기 사태와 관련해서는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안전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CVC에 대해선 “기업인의 사금고로 이용될 수 있다는 부작용과 벤처생태계 육성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성공적인 규제 혁신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일하는 국회의 모범 상임위로 운영한다는 원칙 아래 열린 자세로 야당과 소통하고 타협·조정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 약력

△1960년 서울 출생
△서울 보성고
△한양대 언론정보학과
△민주당 부대변인
△인천시 대변인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제5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최고위원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19·20·21대 국회의원
△21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장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