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직원이 울릉도 기지국에서 2세대(2G) 이동통신 장비를 철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직원이 울릉도 기지국에서 2세대(2G) 이동통신 장비를 철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자식도 오기 힘든 곳인데 여기까지 힘들게 오고 그랴.”

지난 20일 인천 덕적도에 사는 80대 김모 할머니가 집으로 찾아온 SK텔레콤 인천 고객서비스담당 직원 이호진 씨를 반기며 이렇게 말했다. 김 할머니는 20년째 2세대(2G) 이동통신 휴대폰을 이용해왔다. 3G 서비스로 바꾸려 했지만 덕적도에는 그 흔한 휴대폰 매장이 한 곳도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씨는 쾌속선으로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덕적도로 찾아갔다. 김 할머니에게 2G 종료 이유를 설명하고, 새로 쓸 3G, LTE 휴대폰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새 전화기에서는 글자를 크게 볼 수 있다고 좋아하시는 할머니를 보니 마지막 배편으로 돌아오면서도 피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이달 6일 제주, 경상남·북도, 전라남·북도 등을 시작으로 진행한 2G 종료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2G 종료 과정에서 SK텔레콤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이별에 대한 예의’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남아 있는 2G 이용자의 40% 이상이 20년 이상 된 가입자다. 평균 가입 기간은 17년에 이른다. SK텔레콤은 2G 종료 문의에 응대하기 위해 전담 상담원 1200명을 배치했고, 콜센터도 24시간 운영 중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마지막 한 분까지 직접 찾아가 감사말씀을 전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담 직원 100명으로 구성된 ‘찾아가는 서비스’팀도 꾸렸다. 고령, 장애 등으로 매장 방문이 불편하거나 매장이 없는 도서산간지역 이용자를 찾아간다. 20년째 같은 단말기를 사용한 포항의 50대 시각장애인 이용자는 2G 종료를 안내받고 새 단말기로 바꿨다. 하지만 기존 단말기의 단자가 고장나 연락처를 한꺼번에 옮길 수 없었다. 포항 고객서비스담당 이나래 씨는 그의 일터로 찾아가 400개가 넘는 연락처를 하나하나 새 단말기에 입력했다.

대전 고객서비스담당 서양지 씨는 최근 90대 이용자를 찾아가 3G폰으로 교체하는 일을 도왔다. 이 이용자가 “미국에 있는 60대 딸이 코로나19 때문에 못 오게 돼 눈물을 흘리며 통화했다”고 말하자 새 휴대폰으로 딸, 손주들과의 영상통화를 연결해줬다.

SK텔레콤은 오는 27일 0시 서울을 마지막으로 모든 2G 기지국을 닫는다. 서비스 종료 후엔 2G 휴대폰으로 음성통화, 문자 등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