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포한 신경도관을 보며 설명하는 신용우 도프 대표. 도프 제공
탈세포한 신경도관을 보며 설명하는 신용우 도프 대표. 도프 제공
“우리나라는 시신을 기증하는 사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 보니 조직 이식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로 이식할 수 있게 가공된 조직을 수입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거든요. 저희만의 기술로 합리적인 가격에 환자들에게 조직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신용우 도프 대표는 조직은행을 설립하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직은행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인체 조직을 채취하거나 보관해 판매할 수 있는 기관이다. 인체조직을 관리하려면 시설이나 장비,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심사가 까다롭다.

그럼에도 신 대표가 조직은행을 고집하는 이유는 도프 만의 특별한 탈세포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탈세포는 세포의 막을 터뜨려 유전물질이 들어있는 세포핵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조직 이식에 반드시 필요하다. 유전물질이 남아있는 경우 이식된 조직을 외부 물질로 인식해 면역 세포가 공격하는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입해 오는 조직의 경우 대부분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탈세포된 조직이다. 세포막이 지방으로 이뤄져 있어 주로 계면활성제를 이용하는데 독성이 강해 조직에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인체에 매우 위험하다. 계면활성제를 제거하는 데에만 일주일이 소요된다.

도프는 높은 압력에서 액체 상태로 변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초임계공정으로 탈세포를 한다. 이산화탄소는 물과 기름을 모두 녹일 수 있는 데다 인체에 무해하다. 또 콜라겐, 성장인자와 같이 조직 재생에 필요한 세포외기질은 분해하지 않는다. 실제 허찬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과 함께 탈세포한 신경도관에서 신경이 일부 성장하는 것을 확인했다.

도프는 2021년까지 조직은행을 설립하고 초임계공정 기술을 허가받아 가공된 조직을 판매할 예정이다. 조직은행에서 공급하는 조직은 임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판매가 가능하다. 기존에 판매되던 조직보다 가격경쟁력도 갖출 예정이다. 손가락 절단 시 이식이 필요한 신경도관의 경우 1cm당 320여만 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도프는 초임계공정을 통해 가격을 3분의 1 정도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뼈, 연골, 피부, 인대, 혈관 등 도프가 조직은행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조직은 11개다. 현재 세계적인 신경 이식 시장만 2조5000억 원이다. 여기에 고령화로 연골과 같은 조직 이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조직 이식 시장은 역시 꾸준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 대표는 “조직은행을 설립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세포외기질을 이용한 골관절염치료제, 필러,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 개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