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전국 145곳 기상특보별 통제 기준 마련
참사 발생 초량 제1지하차도는 호우경보 때 통제 대상
부산시·동구 행안부 공문 내용 몰라…뒤늦은 잘못 인정
'호우경보 때 지하차도 통제 정부 지침' 지자체 까마득히 몰랐다
호우경보가 발효돼 시간당 80㎜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한 지하차도에 갇혔던 3명이 숨진 가운데 지자체가 정부가 실시 중인 지하차도 통제 기준을 몰라 참사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오후 9시 30분께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 순식간에 물이 들어차 차량 7대, 사람 9명이 꼼짝없이 갇혀 3명이 숨지고 6명이 구조됐다.

오전 8시 부산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 1시간 30여분 만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2월 시행한 '침수 우려 지하차도 통제 및 등급화 관리 기준'을 보면 침수위험 3단계에 해당하는 초량 제1지하도로는 호우경보가 발효되면 통제하도록 돼 있다.

행안부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에 지역 내 침수 우려 지하차도를 전수조사해 침수 위험도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눠 통제 기준을 마련했다.

침수위험이 가장 높은 1등급은 1곳도 없었고 침수위험이 높은 2등급은 34곳, 침수위험이 보통인 3등급은 111곳이었다.
'호우경보 때 지하차도 통제 정부 지침' 지자체 까마득히 몰랐다
1등급은 예비특보, 2등급은 호우주의보, 3등급은 호우경보가 각각 발표되면 지자체가 바로 지하차도를 통제해 만약의 인명피해를 막는 것이 이 기준의 핵심이다.

부산에서는 총 33곳의 위험 지하도로가 행안부에 보고됐고 2등급인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지하차도 3곳 외에 참사가 발생한 초량 제1지하차도, 2014년 침수로 2명이 숨진 우장춘로 등 29곳이 3등급으로 지정됐다.

부산시와 관할 동구가 호우경보가 발표되면 3등급 지하차도를 통제한다는 이 기준만 인지하고 철저히 지켰다면 이번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다.

부산시와 동구는 이번 호우경보 때 통제 대상인 지하차도 33곳 대부분을 통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산시와 동구는 사고 이후에도 행안부의 침수 우려 지하차도 통제 기준이 시행 중이라는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24일 참사 현장을 방문한 진영 행안부 장관은 "저희가 지하차도는 위험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기상특보에 따라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데 이런 사고가 났다"며 앞으로 기상청, 지자체, 경찰과 실시간으로 소통해 다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호우경보 때 지하차도 통제 정부 지침' 지자체 까마득히 몰랐다
부산시는 진 장관의 발언 전후에서야 행안부의 지하차도 통제 기준이 시행 중인 것을 파악하고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고 동구는 관련 공문 존재 자체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행안부 공문이 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시행 중인 사실은 미처 몰랐다"며 "행안부 기준대로 지하차도를 통제했다면 사망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지하차도 관련 매뉴얼이 내려온 것 같은데 담당자가 바뀌면서 제대로 공유가 안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지하차도 통제 책임은 기본적으로 관할 기초지자체가, 총괄 책임은 광역지자체인 부산시가 담당한다.

/연합뉴스